모레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 정부의 회담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움직이는 국제 블록화에 적극 부응하고, 나아가 양국이 이를 선도할 수 있는 공조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구체적 프로그램과 전략까지 나와야 함은 물론이다. 서로 좋은 언어, 두루뭉술한 외교 수사로 ‘좋은 게 좋고, 다 잘 해 나가기로 했다’는 식으로는 미흡하다. 실전 배치된 북한 핵무기와 계속 거칠어지는 중국의 패권 행보 대응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경제·안보가 겹친 복합위기’의 국제 현실이 그만큼 엄중하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일정이 삼성전자 반도체라인 방문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양국의 관심사를 넘어 글로벌 경제·산업계에 미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국내 산업계는 물론 우리 외교당국도 ‘반도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예측불허의 ‘에너지·식량 대란’ 돌파구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다각도로 수립해나갈 때다. 그래야 이번에 논의될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동참에 대한 중국의 발호와 무례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양국은 또 이번에 전통적 동맹관계를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막연히 ‘혈맹’만 외치는 식은 곤란하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미국 정부도 상호주의적 외교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건 확실히 받되, 거래 방식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실질적 국익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한국 기업들의 굵직굵직한 미국 투자는 그런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요구하고 받아내야 한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의 개방과 자유무역이 도전받으며 경제·안보 할 것 없이 동맹 기반의 국제 블록화가 급류를 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복원 기대도 적지 않다. 새 정부 첫 국빈인 ‘바이든 방한’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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