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는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을 때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 첫 체결 이후 세 차례 연장됐지만, 지난해 12월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종료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스와프에 준하는 협정이라면 한국이 미국 달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하는 별도 채널을 마련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와프라는 표현을 쓰면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환율이 고공행진할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당연히 좋지만, 절실한 상황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과 상설 스와프라인 협정을 체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이 상설 스와프라인을 개설한 나라는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국제통화’를 보유한 다섯 곳뿐이다. 원화가 해외 외환시장에서 이런 통화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장 상설 스와프라인 체결을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12월 600억달러 한도로 도입한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의 거래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기구는 한은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환매조건으로 맡기면 Fed가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은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릴지 검토해보겠다”며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 장치를 만드는 것은 외환 안정 등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8원40전 내린 1266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2일 금융위기 수준인 1288원60전까지 치솟은 이후 4거래일째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온 데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상하이 봉쇄 조치를 해제할 것이란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도병욱/조미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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