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내를 씨받이 취급" 다문화가정에 막말한 공무원

입력 2022-05-18 19:13   수정 2022-05-18 19:14


서울 은평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이 키르기스스탄 출신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민원인을 향해 폭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원인은 결국 해당 공무원을 향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8일 민원인 A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아내가 씨받이 취급을 받았다”며 자신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외국인인 아내의 주민등록 절차를 위해 (주민센터에) 문의했다”며 “잠깐 문의를 한 뒤 제가 ‘예, 알겠어요. 예’라고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무원 분이 심하게 욕설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공개된 통화 녹취에는 “외국인 여자랑 결혼해서 더럽게 사람 짜증나게 하네. 자기가 부끄러우니까 안 데리고 오고 싶어하는 거잖아요. 거지 같은 XX가 다 있어” 등의 막말 섞인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서류를 준비할 게 무엇인지 궁금해 당시 메모할 게 없어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너무 어이가 없어 한참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 항의 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화를 걸어 ‘왜 이렇게 욕을 심하게 하셨느냐’라고 물으니 처음에는 ‘욕을 한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변명을 하다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시인하며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A씨는 “그날 저녁에 퇴근하고 만나고 싶다고 해 커피 전문점에서 만났다. 그때 (공무원이) 혼자 온 게 아니고 직장 선배와 같이 왔다”며 “사과를 하러 왔음에도 저에게 말씀을 막 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선생님한테 하는 말이 아니고, 뭔가 늦게까지 장가를 못 가서 결혼하고 그냥 약간 애 낳는 그런 수단으로 쓰는 것 같았거든요. 매체에서 보고”라는 언급이 담겼다.


A씨는 “아내는 키르기스스탄 명문가 출신이다. 한국 남자랑 결혼했다는 이유로 공무원한테 씨받이 취급을 받으니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A씨는 “지난해 8월 사건인데, (그 사이) 정식으로 사과 전화를 하든 사후 절차가 있는 줄 알았다. 사건 이후 9개월간 동장이 사과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그냥 사건을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해야겠다 싶어 지난 6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자국 여성이 한국에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문제가 이슈화되자 한국 남성과 결혼을 금지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적도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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