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300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가 2600선까지 주저앉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주요도시 봉쇄 등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이 나타나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의 주요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쉽지 않은 장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에 다시 '삼천피(코스피지수 3000선)'를 탈환할 것이라고 점쳤다. 당분간 저성장,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경기 방어형 및 마진 방어를 잘하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는 악재들이 다소 진정되면서 코스피가 300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를 2500~3000선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2500~3100선을 제시해 삼천피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NH투자증권은 2500~2900선을 예상했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예상밴드를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경기 경착륙 논쟁과 Fed 긴축 관련 정책 불확실성 확대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며 "단, 2분기 이후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전환과 함께 약화됐던 경제 성장률의 점진적 회복, Fed 통화긴축 속도조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도 11월 시진핑 3연임과 함께 경기 바닥 통과와 정책 모멘텀 강화로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향후 2~3개월에 걸쳐 물가상승률 둔화가 확인된다면 이는 Fed의 긴축속도를 늦춰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점증시켜 Fed의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초 수급적인 이벤트였던 대형 기업공개(IPO) 이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반적인 기대감과는 달리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코스피는 2600선을 하회하기도 하며 전반적인 지수 레벨이 낮아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유망 업종은 '반도체'와 '2차전지'를 많이 꼽았다. 인터넷, 제약/바이오, 리오프닝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관련 업종보다는 경기 방어형 및 마진 방어를 잘하는 섹터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혁신 테마 중에서는 실적이 확인되고 있고 중국 봉쇄 관련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2차 전지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향후 물가상승률 하향안정을 예상하고 이때 성과가 좋을 주식을 고른다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성장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러한 기준에서는 인터넷, 제약/바이오 업종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오 본부장은 "인터넷 업종은 단기적으로 광고수입에 따른 업황의 부침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랜 기간 시장에서 소외돼 가격부담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또 "엔데믹 전환 이후 리오프닝에 따라 업황이 개선될 유통, 의류, 엔터, 레저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개인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2020년 이후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때는 초저금리 시대였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출을 통한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과 인플레이션 경기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ed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상승보다는 업종·종목 간 차별화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개별기업을 분석하는데 뛰어난 능력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단기에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본부장은 "개별기업 분석을 통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성과를 내려는 투자자라면 '향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선별 과정이 쉽지 않으므로 보다 전문적인 투자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간접투자상품이나 시장 수익률을 복제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해 투자하는 방법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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