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암호화폐(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테라와 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31)에 대해서는 "트래시토크(trash talk·상대 심리를 자극하는 말) 하는 한국의 기업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권 대표의 성공은 매우 투기적인 금융 상품을 기꺼이 뒷받침한 유명 금융업자들 덕분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 테라폼랩스는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갤럭시 디지털 등 다수의 투자회사로부터 2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기관투자자 상당수는 초기에 테라와 루나를 팔아 거액을 챙겼다고 NYT는 전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애링턴캐피털과 코인베이스벤처 등 루나와 테라 관련 기술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은 2018∼2021년 2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은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보유 중인 루나의 80%를 팔아 투자금 대비 100배의 수익(170만달러→1억7000만달러)을 올렸다.
가상화폐 플랫폼 테조스의 창업자인 캐슬린 브레이트먼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일확천금을 벌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며 "루나와 테라의 흥망성쇠는 권 대표를 지원한 기관투자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초에 테라와 루나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가상화폐 투자회사 스칼라캐피털의 사이러스 유네시 애널리스트는 2018년 테라폼랩스에 대해 "죽음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권 대표의 태도 논란도 언급했다. 블록체인 회사 팍소스의 찰스 카스카릴라 창업자가 지난해 루나의 토대가 되는 기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자 권 대표는 트위터에서 "XX 팍소스가 뭐냐"라며 발끈했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가 스테이블 코인 모델의 위험성을 지적했을 때는 "난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하지 않는다"며 조롱했다. 최근에는 "코인 95%는 망한다. 그들이 망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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