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을 제외한 전세계 스마트폰엔 대부분 'C타입'(USB-C)의 충전단자가 있다. 충전기를 수없이 많이 끼웠다 빼도 손상되지 않고, 바닷물에 들어가거나 습기에도 부식되지 않는 내마모성과 내식성 등이 필요해 첨단 표면처리(도금)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대중화된 무선 이어폰의 충전단자 '포고핀' 역시 피부에 장시간 닿여도 알러지가 없어야하고 변색이나 부식 발생도 막는 고급 도금 기술이 들어간다. 세계 1위 판매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3대 중 2대의 충전단자엔 국내 한 중소기업의 첨단 도금 기술이 들어간다.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의 경우 100% 이 회사 도금 기술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 스마트폰 기술의 뿌리엔 초정밀 도금 국내 1위 업체 명진커넥터가 있었던 것이다. 명진커넥터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용 도금 매출이 급증하면서 2025년 매출 1000억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귀에 장시간 꽂아야하는 무선이어폰의 충전단자는 1㎜정도의 작은 크기라 정밀하면서도 변색·부식되지 않고 피부 알러지가 생기지 않게 도금처리해야한다. 과거 도금업계는 내마모성이 좋은 니켈에 금도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오랜 사용으로 금도금이 벗겨질 경우 니켈이 피부에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였다. 명진커넥터는 2019년 니켈을 완전히 뺀 팔라듐-금 도금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갤럭시 버즈를 만드는 삼성전자에 도금 사양 변경을 제안했다. 마침 중국 도금업체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명진커넥터 기술로 완전히 갈아탔다. 현재 연간 2100만대 가량 전세계에 판매되는 갤럭시버즈의 충전단자엔 전량 이 회사의 표면처리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의 충전단자를 만들때 들어가는 원가비용은 삼성전자보다 애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커넥터와 같은 첨단 도금 기술이 애플 부품사엔 없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 충전단자를 C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회사의 도금 기술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명진커넥터는 2년간 연구·개발(R&D) 끝에 기존보다 품질 균일성을 95%, 생산성을 50% 높인 전기차부품 도금 공정 기법(단품 원형 레크 전기 도금장치)을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특허등록도 완료했다. 정을연 대표는 "전기차용 배터리용 도금 생산라인의 가동률은 100%로 현재 증설을 검토해야하는 단계"라며 "올들어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00%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가전부품용 도금 기술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LG전자 제품에도 들어간다.
그러나 2011년 두 번의 대형 화재로 생산라인의 절반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되면서 180억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협력업체로부터 주문받은 물량을 납품하느라 낙심할 겨를도 없었다. 결국 18일만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고 한 달 만에 제품을 다시 생산해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2년 후인 2013년엔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2016년 아예 폐쇄되면서 또다시 타격을 받았다. 정 대표는 "힘든일이 몰리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그때 건물 옥상에 많이 올라갔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무조건 버텨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당시 삼성·현대차 협력사들도 끝까지 정 대표를 신뢰하면서 거래를 끊지 않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고난은 그와 그의 회사 직원들에 보약이 됐다. 그는 "나부터 목숨을 걸고 일에 미쳤더니 직원들도 같이 미치기 시작했다"며 "이제 웬만한 어려움에도 직원들은 흔들리지 않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의 평소 경영철학은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었다.
명진커넥터는 최근 베트남 공장에 금속 가공이 가능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도금에서 부품 제작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정 대표는 "생산라인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오는 2023년엔 매출이 30%이상 뛸 것"이라며 "2025년까지 매출 1000억원대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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