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작은 다리, 공간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운 세계의 경계선이다. 거대한 우주선이 나오기도 하고, 정글이 펼쳐지기도 한다. 해적이 등장할 때도 있다.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 없는 음악은 공간의 빈 곳을 채운다. 영화 아바타에서 봤던 하늘에 떠 있는 섬까지 눈앞에 펼쳐질 때쯤이면 마지막 저항군들도 항복 선언을 하게 된다. ‘그래, 바깥세상은 이미 까맣게 잊었다’고. 여기는 환상과 꿈의 나라, 테마파크다.
테마파크의 꽃, 퍼레이드가 만개한다. 서로 다른 테마 구역을 가로지르거나 공원을 한 바퀴 빙글 돌며 공간을 끈처럼 잇는다. 연기자들의 화려한 군무, 퍼레이드카 위에서 펼치는 캐릭터들의 신나는 몸짓은 테마파크가 보내는 송가다. 아이를 목마에 태운 아빠, 흥을 주체하지 못해 몸을 흔들고 있는 네 살 어린아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는 할머니까지. 관람객들은 행복의 답가를 보낸다.
어두운 밤 공간을 채우는 스피커 소리는 낮보다 더 커진 듯, 마지막까지 관람객들의 집중을 주문한다. 꿈 사랑 그리고 가족애…. 단골로 나오는 주제들이 영상과 빛 그리고 소리로 관람객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밤하늘을 불꽃이 수놓을 때쯤이면 가슴 한쪽이 웅장해진다.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 불꽃보다 더 뜨겁게 손을 잡고 있는 연인, 몸은 지쳐도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는 부모들. 모두가 테마파크를 매일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67년 전 디즈니랜드가 문을 연 이후 테마파크는 이제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미학적 공간이자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디즈니랜드가 개장할 때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이곳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이 되살아날 것이며,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도전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를 찾았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다. 그들은 오늘도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설레는 발걸음을 한다. 인류의 꿈과 도전을 모아놓은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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