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함상훈 권순열 표현덕)는 박 회장이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변제 능력을 적절하게 심사하지 않고 아들에게 회삿돈을 빌려준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2018년 1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박 회장은 집행유예 시기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집행유예 기간이라며 취업을 승인하지 않는 처분을 내렸다.
특경가법 제14조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취업제한 기간은 △징역형(실형)의 경우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징역형 집행유예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징역형의 선고유예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 조항에 근거해 박 회장이 형을 확정받은 2018년 11월부터 취업 제한이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집행유예 기간도 취업제한 기간에 들어간다고 본 것이다. 박 회장 측은 법무부의 처분에 불복해 2020년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박 회장 측은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됐을 때부터 2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고 정해져 있을 뿐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경가법은 취업할 수 없는 시기를 ‘유죄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로 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취업제한은 유죄 판결을 받은 때부터 시작해야 제한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이 잘못되고 불명확하다면 국회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지 법원이 물리적인 해석 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다”며 “특경가법 문구 자체도 집행유예 기간이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법률이 잘못됐을 수도 있고, (법률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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