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점심 식사를 위해 찾은 국숫집이 과거 무전취식 후 도망치는 노숙자에게 온정을 베푼 곳이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허겁지겁 달아나려는 노숙자에게 "뛰지 마, 다쳐"라고 말한 식당 주인의 미담이 만들어진 그 국숫집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정오께 방문한 '옛집 국수'는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근처에서 40년 가까이 운영해온 노포다. 구수한 멸치 육수를 연탄불로 끓여내는 방식이 유명한 이 가게는 tvN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아울러 이 가게는 20여년 전 IMF 외환위기 직후에도 '미담'으로 언론에 알려진 바 있다. 바로 1998년 겨울, 노숙자로 추정되는 남루한 옷차림의 한 40대 남성이 식당에 들어왔다. 가게 주인 배혜자 할머니는 당시 2000원짜리 온국수 한 그릇을 말아줬고, 게걸스럽게 한 그릇을 해치운 그에게 배 할머니는 한 그릇을 더 내줬다.
허겁지겁 먹어 치운 남성은 두그릇을 모두 비운 뒤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배 할머니는 남성에게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라고 외쳤다. 10년 뒤 방송을 통해 국숫집이 알려지자 해당 남성은 제작진에게 배 할머니에 대한 감사 편지를 보냈다. 식당에서 도망친 당시 남성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모두 잃고 가족도 잃은 상황이었다고.
그는 용산역 앞을 배회하며 식당에 끼니를 구걸했지만, 찾아가는 식당마다 내쫓자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배 할머니의 국숫집이었다. 남성은 배 할머니에게 "주인 할머니는 세상을 원망하던 나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준 분"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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