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인데 가격은 두개 이상, '이중가격' 정상인가요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2-05-20 08:08   수정 2022-05-20 10:37

주택상품에 매겨지는 가격이 달라 주택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와의 차이입니다. 분양가격의 상한을 정해 그 이상의 가격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분양가 상한제입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분양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60~80%가량 저렴합니다. 분양가격이 저렴하니 찾는 사람이 많고 어떤 사람한테 분양을 해줘야 하는지가 고민 사항이 됩니다. 200번 가까이 개정된 청약제도가 계속 복잡해지는 이유입니다.

전·월세와 같은 임대차 비용 또한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매물과 월세로 전환된 매물 등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동일한 단지라도 이중가격을 넘어서 삼중, 사중의 가격대도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상품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공정 가격을 매기는 일 또는 그 가격을 ‘이중가격(double price)’이라고 부릅니다. 이중가격은 시장에서 책정되는 가격과 실제 거래되는 가격이 다름을 의미하는데 대부분은 책정되는 가격이 높아 문제가 됩니다. 높은 국내 가격과 낮은 수출가격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봉이냐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부동산 부문에서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주택사업자가 책정하는 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아서 문제가 됩니다. 분양가격과 임대차 비용은 ‘최고가격제(price ceiling)’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최고가격이라서 높을 거라 예상되지만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분양 또는 임대해야 합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 실제 거래가격의 하락을 유도합니다. 최저임금제로 대표되는 최저가격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됩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실제 거래가격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최고가격제를 도입합니다. 분양가격이나 임대차 비용의 상한(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최고가격제입니다. 안타깝게도 매년 분양하는 주택물량이 전체 주택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그치다보니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의 하락을 유도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의 공급물량 또한 급격히 줄어 가격조정의 역할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주택착공실적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모든 권역이 마이너스 20~30%대에 이릅니다. 이렇게 공급은 적은데 최고가격제가 적용되다보니 오히려 로또 당첨, 무한대기 등의 부작용만 양산하는 중입니다. 시장 가격의 왜곡을 심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최대의 주거복지는 ‘공급’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정부의 규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왜곡이 심해지는 부동산 상품도 있습니다. 아파트의 대체상품인 오피스텔(아파텔)과 도시형생활주택도 이중가격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최근에 입주하는 아파텔의 매매가격과 신규로 분양하는 아파텔의 분양가격 간의 차이입니다. 입주하는 아파텔의 매매가격은 프리미엄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분양하는 아파텔보다 저렴합니다.

수도권에서 이런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아파트는 공급하기도 어렵고 규제도 많으니 수요의 풍선효과가 아파트의 대체재(아파텔, 도시형생활주택)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의 경우 고가의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영업전략으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런 대체재의 매입을 고려하신다면 분양하는 상품보다는 투자자들의 급매가 많이 나오는 입주 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동산상품의 이중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상품과는 다르게 부동산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서입니다. 상품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복잡하니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는 겁니다. 따라서 왜곡된 시장구조가 더이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방해하지 않도록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주택공급계획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주택 공급계획은 시장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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