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규제는 흑역사…효과 없었다" 실패 인정한 日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5-20 08:15   수정 2022-05-20 10:22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는 명백한 실패이며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2년 역사를 자랑하는 간판 칼럼 다이키쇼키(大機小機)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의 동북아 정책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우선 순위가 높은 과제"라며 "한일간 쟁점 가운데 수출규제는 실패라는 점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19년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품목 3종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강제징용공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조치"라는 인식을 나타낸 적이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500억엔(약 5004억원) 수준인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해 15조엔 규모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높은 제재수단"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한국이 받은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9일 퇴임연설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의한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수출규제의 효과가 없었다는 것보다 한국에 도의적인 우위성을 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고 비판했다.

경제적 수단으로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이코노믹 스테이트 크래프트(경제적 외교술)’는 서방의 러시아 제제가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복잡한 경제활동을 단순한 정치적 의도로 움직이려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제적 수단으로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원래 일본에는 없던 개념이라고도 지적했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나 주요 7개국(G7)의 제재에 발을 맞추기는 하지만 단일 국가에 경제적 외교술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자유무역체제야 말로 일본의 핵심적 이익"이라며 "경제안전보장에 있어서도 전수방위(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반격한다는 일본의 국방 원칙)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공급망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화학 대기업 스미토모화학은 한국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0억엔 이상을 투자해 규제 품목인 감광재(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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