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에선 ‘자유민주주의’가 화두가 됐다. 자유민주주의가 화제에 오르자 폭포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그냥 놓아도 굴러가는 게 아니라 노력과 투쟁을 통해서만 지킬 수 있다” 등과 같은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정치를 하게 됐는지 얘기했고, 윤 대통령도 ‘검찰에 27년간 있다가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느끼고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이야기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대통령은 다리를 꼰 채 국정 철학 그리고 반려동물 등을 소재로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이 속 깊은 가족 이야기까지 털어놓으면서 소인수회담 시간은 예정보다 2배 이상 길어졌다.
소인수회담이 열린 5층 대통령실 집무실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Oval Office)처럼 두 대통령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하나씩, 한·미 배석자들이 앉을 수 있는 긴 소파가 두 개 배치됐다. 소인수회담은 예정 시간 30분의 2배가 넘는 72분 동안 진행됐다. 김성한 실장은 “케미가 굉장히 잘 맞는 관계로, 다른 걸로 화제를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회담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단독 환담도 10분 안팎 동안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5분으로 길어졌다. 두 정상은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친밀감을 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과의 일화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 부인인 닐리아 헌터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보 바이든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냈으나 46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확대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시작돼 오후 3시9분부터 3시21분까지 12분 동안 이어졌다. 전체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19분 길어진 109분간 진행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정장구두를 신었다. 윤 대통령은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평소 굽 없는 구두를 선호한다. 20일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 만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시찰 때도 컴포트화에 가까운 신발을 신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때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니만큼 격식을 갖추는 게 좋겠다는 부인 김건희 여사의 조언에 따라 2012년 결혼식에서 신었던 구두를 오랜만에 신발장에서 꺼내 신었다고 한다. 자주 신지 않던 구두인 데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광칠까지 하면서 구두가 새 신처럼 윤기가 돌았던 모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 구두를 문득 보더니 “대통령 구두가 너무 깨끗하다. 나도 구두를 더 닦고 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정상이 질의응답을 마치고 퇴장하려던 중 미국 측 한 기자가 일어서 돌발질문을 했다. 워싱턴포스트 소속인 이 기자는 “윤석열 내각 대부분이 남성”이라며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윤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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