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타현 나카츠에무라(村)는 국도 442번과 387번이 만나는 교통요지다. 하지만 마을 초입의 국도 442번도로는 복구공사로 1차선만 열려있다. 작년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일어난 산사태 때문이다. 도로가 끊긴지 반 년이 지났지만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토 에키코 히타시청 총무진흥계 주사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복구공사를 발주해도 '나카츠에까지 파견할 인력이 없다'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에는 야마나시현 주오고속도로의 사사고터널 일부가 무너져 9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프라의 수명을 50년으로 본다. 2033년이면 일본 전역의 자동차용 교량 가운데 63%, 수문 등 하천 관리시설의 62%, 터널의 42%가 수명에 다다른다. '도쿄의 뼈대'로 불리며 하루에 100만대의 차량이 지나는 수도고속도로는 2040년 전체 구간의 65%가 50년 이상의 노후도로가 된다. 수도고속도로는 도쿄도와 그 주변 지역에 있는 총연장 322.5㎞의 유료 자동차 전용 도로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부족 때문에 보수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5조2000억엔(약 51조7702억원)이었던 인프라 보수비용이 2050년이면 연간 12조3000억엔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앞으로 30년간 보수공사에 280조엔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공공부문 투자가 감소한 나라다. 2019년 공공부문 투자액이 1996년보다 40% 줄었다. 같은 기간 영국은 4배, 미국은 2.3배 증가했다.
일본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0년부터 5년간 인프라 분야에 15조엔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간 예산의 60%를 사회보장비와 국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일본으로서는 공공 사업비를 늘릴 여지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교량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20년부터 보수가 필요한 교량의 60%가 공사에 착수했다. 반면 사람이 부족한 지방 인프라의 상황은 심각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교량 가운데 보수공사에 착수한 곳은 30%에 불과하다. 나카츠에와 마찬가지로 예산을 확보하고도 공사인력을 구하지 못한 지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네모토 유지 도요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시설이 노후화하는 속도를 보수공사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인프라 유지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야마나시현(21.3%) 와카야마현(20.3%), 나가노현(19.5%) 등은 5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었다.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옥 수 기준으로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은 수도 도쿄로 80만9000채에 달했다.
도쿄 도심 주택가인 세타가야구는 전체 주택의 10채 가운데 1채인 5만채가 빈집이었다. 일본의 1800여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옥 수 기준 1위였다. 오사카(70만9000채), 가나가와(48만3000채) 등 대도시의 빈집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모든 게 늙어가는 일본에서는 삼림마저 고령화에 신음하고 있다. 임야청에 따르면 일본의 인공림 면적의 절반이 수령 50년을 넘었다. 나무는 수령 30~40년일 때 가장 왕성하게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한다.
삼림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19년 일본의 삼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은 정점이었던 2014년보다 20% 줄었다.
2020년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 11억5000만t 가운데 3.5%에 달하는 4050만t을 삼림이 흡수했다. 삼림의 고령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흡수량 감소는 2050년 탈석탄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건 일본 정부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마이니치신문은 "국토가 좁은 일본은 삼림을 새로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이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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