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박지연(가명)씨는 요즘 친구들과의 주말 점심 약속이 부담스럽다. 그는 "예전부터 만날 때마다 친구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밥을 샀지만,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한 턱 쏘는 게 부담스럽다"며 "지난주 갈비탕 집에 갔는데 네 명이 함께 갈비탕에다 비빔냉면도 시키다 보니 8만원이나 나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내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점심을 사 먹는 직장인들은 식당 메뉴판을 보며 높아진 물가를 몸소 느끼고 있다. 최근 생산자물가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5월 소비자물가는 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전망을 4%대로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8.02(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4개월 연속 상승으로, 지수 자체로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9.2%나 오른 수준이다.
특히, 공공서비스 쪽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4.5%, 전력·가스·증기는 5.7% 각각 상승했다. 농축수산품은 축산물(7.4%)와 수산물(2.6%)을 중심으로 2% 올랐다. 멸치(22%), 달걀(6.8%)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데 따른 보복 소비 효과가 더해진다는 점도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원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6월 3일 발표될 5월 물가는 5%대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의 연간 4%대 물가 상승률 전망은 2011년 7월(연 4.0% 전망)이 마지막이었다. 10년 10개월 만에 4%대가 다시 등장할 지 주목된다.
지난 2월에 내놓은 전망치는 3.1%였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이미 연간 전망치도 넘어섰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8%로,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물가 전망치를 1.7%에서 4.2%로 대폭 높였다. 이는 올해 4월 전망치를 수정한 IMF(4%)보다 높은 수준이다. KDI는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105달러로 전망했다.
앞서 한은도 올해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는 (소비자물가가) 언제 정점이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힘들다"며 "대략 연간으로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시장에선 이번 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달 인상된다면 기준금리는 1.75%가 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고, 기대인플레이션 환율 원자재가격 임금 등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들은 대부분 물가의 추가 상승을 지지한다"고 분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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