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파월 의장의 낙관론은 대체로 적중했다.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뚫어도 미국의 소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오른 지난달에도 미국의 소매판매는 0.9% 늘었다. 소비 증가세가 물가 오름세의 세 배에 달한 것이다.
둘째는 미국 소비자들이 조금씩 지갑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먹거리를 비롯해 당장 줄이기 힘든 필수 소비재는 사지만 없어도 되는 전자제품 등 사치재 구매는 줄이고 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큰 내구재가 인플레이션에 먼저 반응한다는 경제학 이론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마지막으로 유통업체들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매출이 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경쟁 관계인 제조업체들의 브랜드 제품보다 값이 싸서다. 전체적으로 소비자들이 전대미문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곳곳에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아직까지 파월 의장이 참고하는 경제지표에선 이런 ‘수요 파괴’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표상으로는 수요가 받쳐주니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생산을 늘리고 있다. 미국의 4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1.1% 증가했다. 월가 예상치(0.5%)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다. 파월 의장이 “미국의 소비와 생산은 견조하고 노동시장은 탄탄한 편”이라고 평가한 근거다.
인플레이션 강도가 강해지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말을 바꿨다. 같은 날 옐런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Fed의 빠른 긴축에도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확신이 무너지는 데 한 달도 안 걸린 것이다.
시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파월 의장까지 입장을 바꿀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해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번복한 일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오는 24~26일 베스트바이와 코스트코, 메이시스 등 미국 유통사들이 내놓는 실적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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