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우주비행사 크기 인체모형(더미)을 실었지만 올해 말 유인 도킹까지 성공하면 ISS 왕복우주선인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독점 구도가 깨진다. 시에라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선 ‘드림체이서’도 크루 드래건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스페이스X의 아성에 대한 도전은 우주선뿐 아니라 로켓 분야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스테판 이스라엘 아리안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3차원(3D) 프린팅으로 차세대 로켓 엔진(프로메테우스) 생산 단가를 이전보다 10분의 1로 낮출 예정”이라며 “스페이스X의 ‘팰컨9’과도 정면으로 붙어 보겠다”고 자신했다. 현재 팰컨9의 회당 발사 비용은 1000만~2000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2015년 6000만달러에서 6년 새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아리안5의 회당 발사 비용은 3000만~4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CEO는 “지난달 아마존의 통신위성 ‘카이퍼’를 차세대 로켓 ‘아리안6’로 최소 18번 발사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최근 움직임을 전했다. 아마존은 올해 말부터 5년간 지구 저궤도에 카이퍼 위성 3236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의 차세대 로켓 ‘뉴 글렌’, 록히드마틴과 보잉 합작사인 ULA의 로켓 ‘벌컨’도 카이퍼 프로젝트에 지난달 합류했다. 벌컨은 최소 38번, 뉴 글렌은 최소 12번 발사 계약을 맺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가 탑재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성공적으로 발사해 주목받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100억달러짜리 보석(JWST)을 아리안5에 실어 우주에 보냈다. 아리안5는 1996년 이후 112번 발사해 110번 성공했다. 98.3%의 믿기 어려운 신뢰도다. 아리안5는 대형 발사체의 글로벌 표준이 됐다. 차세대 발사체로 개발 중인 아리안6는 재점화 기능을 갖춘 엔진 ‘벌컨2.1’을 사용한다. 양옆엔 고체 부스터 2개 또는 4개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200~2000㎞ 지구 저궤도(LEO)는 물론 3만6000㎞의 정지궤도(GEO)와 달까지 비행할 수 있다.”
▷팰컨9의 가격 경쟁력에 대응할 방법이 있나.
“아리안6는 아리안5 발사 비용보다 40%가량 낮아진다. 팰컨9은 외국 고객에 대해선 미국 정부에 적용하는 가격보다 2배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리안6는 한 번 계약하면 기관 고객은 1년에 4번, 기업은 7번 발사를 보장할 계획이다. 이 정도면 팰컨9 못지않은 가격 경쟁력이다. 재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엔진 ‘프로메테우스’도 개발 중이다. 3D 적층 방식을 써서 제조 비용이 아리안5 ‘벌컨2’ 엔진의 10%에 불과하다. 프로메테우스는 액체 메탄을 연료로,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쓴다. 2026년쯤엔 프로메테우스가 대세가 될 것이다.”
▷우주 개발엔 스타트업이 제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은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혁신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스타트업과 ‘윈윈’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도 에어버스와 사프란 간의 조인트벤처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소형 발사체 개발 전문 자회사 ‘마이아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제3의 기업과 민첩하게 협력하기 위해서다.”
▷급증하는 소형 위성 수요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경량 고체 로켓 ‘베가’로 발사하고 있다. 한 번에 소형 위성 수십 개를 실을 수 있다. 2020년 9월 수㎏부터 150㎏까지 50여 개 위성을 각자 궤도에 올렸다. 500㎏ 탑재체를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차세대 중소형 발사체 ‘마이아(Maia)’도 개발하고 있다.”
▷심우주 탐사 일정은.
“아리안6로 2026년 상업용 유인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달에 물자를 보낼 수송선 ‘EL3’도 아리안6를 사용한다. 현재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퍼서비어런스호가 채취한 샘플을 넘겨받아 2031년 귀환할 우주선도 2026년 발사한다. 당장 내년에는 목성 근처 얼음 위성들을 관찰할 목성 탐사선 ‘쥬스(JUICE)’를 발사할 예정이다.”
▷우주행정 체계 개편을 진행 중인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에 조언을 부탁한다.
“우주 개발은 혹독한(harsh) 영역이다. 기술, 금융, 정책, 혁신이 동시에 강하게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가야 하고, 기업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 기술 강국인 한국이 우주 시대에 성공하기 위한 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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