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PEF 참여는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함께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의 폐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무역과 투자, 에너지 및 원자재 거래 등 경제적 수단을 사용해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지경학(地經學)의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진단에도 힘이 실린다. 1990년대 초 냉전체제가 끝난 뒤 세계화와 자유무역 기조 아래 구축했던 저비용·고효율의 글로벌 공급망이 속속 깨지고 있어서다.
미·중 패권 경쟁과 함께 트럼프 시대에 대두하기 시작한 경제의 무기화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밀, 콩, 옥수수 등 식량자원은 물론 원유, 천연가스, 반도체, 희토류 등 산업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각국의 안보 이슈가 됐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삭제, 요소수 사태 등을 겪은 한국으로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글로벌 자유무역은 이제 지경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블록화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은 IPEF 외에도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Quad·4자 안보대화)를 구축해 인·태 지역의 동맹 강화, 경제영토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화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확대 등으로 이에 맞설 전망이다.
복잡한 역내 질서 재편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간단치 않다. 안미경중은 포기해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19.4%에서 28.3%로 늘었으며, G7 국가 대비 높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어제 발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IPEF 참여는 자유무역 기조 아래 성장해온 한국에 기회이자 위기다. 경제안보동맹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는 기회지만 ‘중국발 리스크’는 최대 도전 과제다. 복합 위기 속에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난제가 윤석열 정부 앞에 놓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