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새벽 2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클럽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이 수십 명이 택시를 잡으려 길가에 늘어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다 택시 잡기를 포기한 이들은 다시 삼삼오오 근처 술집이나 노래방으로 향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청와대 근처 북촌에선 골목골목 식당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 해제와 맞물려 이달 10일 처음 개방된 청와대를 찾은 방문객들이 근처를 함께 둘러보면서 북촌과 서촌, 삼청동 등 인근 상권에는 전에 없던 인파가 몰리고 있다.
밤이나 새벽에 손님이 많이 몰리는 주점에서 카드를 결제한 건수는 1년 전보다 251% 폭증했고 노래방에서도 101% 증가했다. 거리두기 조치로 인원·영업시간 제한을 받으면서 타격이 특히 컸던 업종들이다.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심야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밤마다 ‘호출 대란’을 겪고 있는 택시 결제 건수도 전국적으로 1년 새 44% 늘었다. 그동안 방역 조치로 편하게 가지 못했던 수영장 체육관 등 스포츠센터(49%)와 사우나 목욕탕(63%)을 찾는 사람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배달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집콕’ 관련 업종은 소비가 주춤했다. 거리두기 해제 직전인 한 달 전(3월 21일~4월 17일)과 비교하면 배달앱 이용 건수는 9% 줄었고 각종 온라인 결제도 소폭(-0.05%) 감소했다.
핫플레이스 상권 가운데 소비 증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곳은 연남동(4%)이었다. 연남동의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 이용 건수는 1년 전보다 오히려 5% 감소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의선 숲길 공원이 있는 연남동은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도 야외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며 “이제 다시 수요가 분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교 등 오피스 상권 5곳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돌아오면서 점심시간대 이용 증가율이 평균 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떠오른 주거지역 근처 ‘슬세권(슬리퍼+세권)’은 증가세가 주춤했다. 이촌 북아현 도곡역 고덕역 등 주거 상권 10곳의 평균 카드 이용 증가율은 20%로 번화가·오피스 상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부 상권에선 야간시간대 소비 비중이 많게는 3%포인트 줄었다. 거리두기가 풀리자 집 근처에서 가볍게 한잔하는 대신 직장 근처나 전통 유명 상권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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