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KT는 실적 ‘홈런’을 쳤다. 1분기 매출은 6조2777억원으로, 1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주력인 통신 사업에 힘쓰는 한편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플랫폼회사 ‘디지코(Digico)’ 사업을 키워 신규 먹거리를 잡은 결과다.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서울 광화문 KT이스트빌딩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화두가 된 시기에 한발 먼저 준비한 KT가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이제 KT는 ‘코리아 텔레콤’이 아니라 ‘코리아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이끄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KT의 디지코 전환을 어떻게 봅니까.
“출발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작년 한 해 기업 간 거래(B2B) 부문에서 나온 매출이 4조200억원가량입니다. B2B와 디지코 사업 매출을 합한 비중이 서비스 매출의 42%이고요. 특히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부문은 4600억원대 매출을 내면서 분사했죠. ”
▷초기엔 디지코 구상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습니다.
“2년 전 ‘전사적으로 AI 인력을 키우겠다, 직무까지 바꿔주겠다’고 했을 땐 사내에서도 ‘이게 되는 얘기인가’ 하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AI가 고객을 상담하는 ‘AI컨택센터(AICC)’가 대표적입니다. 재작년 AI 엔지니어 200여 명을 투입해 1년간 준비했고, 작년 5월 KT 콜센터에 처음으로 적용했습니다. 높은 효율성을 인정받으며 금융·유통 등 각 분야에서 문의가 왔어요. 작년에만 800억원 규모를 수주했고, 올해 수주 목표는 1800억원입니다.”
▷신사업에 맞도록 조직을 정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우선 사내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렸어요.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AI 인재를 내부에서만 1000명가량 새로 육성했습니다. AI 컴퓨팅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도 확보했고요. 올초 기준으로 KT가 확보한 AI GPU 규모가 국내 세 손가락 안에 들 겁니다.”
▷왜 그 정도까지 투자했습니까.
“KT의 운동장을 확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통신기업이었지요. 인구가 한정적이어서 통신사업은 크게 성장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KT 매출은 15년가량 제자리걸음을 했어요. KT의 미래를 위해선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만 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AI와 빅데이터를 씁니다. KT의 사업은 무엇이 다릅니까.
“AI를 도입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기업은 많습니다. 하지만 AI를 통해 직접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곳은 찾기 힘듭니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예요. KT가 가진 빅데이터 역량이 8페타바이트(PB·1PB는 100만 기가바이트)에 달합니다. 이를 플랫폼 사업에 활용하고, 금융 서비스 등에 연결해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죠.”
▷AI는 각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AI가 사람이 하는 일 일부를 대체하고, 사람들은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하게 될 겁니다. 이미 통신 측면에선 네트워크 관제나 고장 진단을 AI가 엔지니어보다 더 빠르고 정확히 해내요. 컴퓨터, 자동차, 스마트폰처럼 AI도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AI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기성 교육 체계에선 기업에 필요한 디지털 인재가 나오기 힘듭니다. 특정 분야에서 교과서 지식만 익힌 경우가 많으니까요. 작년 말부터 청년들에게 실무형 AI, 디지털 전환 기술을 무상 교육하는 ‘KT 에이블스쿨’을 연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기업에 가면 맞닥뜨릴 문제 위주로 교육 과정을 짰죠.”
▷KT에는 사내 교육 과정만 키우는 게 이득일 텐데요.
“전혀 아닙니다. AI 교육은 국가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요즘 기업들은 디지털 인재 확보에 골머리를 앓는데, 다른 한편에선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요. 우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 같은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다면 KT에도 보람이지요.”
▷로봇 사업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예상보다는 성장세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도 도입 초기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 사용이 확 늘어난 것처럼요.”
▷대중의 기술 수용도가 관건인가요.
“단순히 그것만은 아닙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고, 가격도 좀 낮춰야 사업이 좀 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방역·서빙 등 분야에 따라 사업 도약기까지 남은 시점을 2~5년가량으로 예상합니다.”
▷KT는 이제 통신회사가 아닌가요.
“통신을 뒷전으로 두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통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플랫폼 기업이죠. 이젠 단순히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만이 아니라 AI, 빅데이터, 미디어 콘텐츠, 금융, IDC·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올해 주가가 20%가량 올랐습니다.
“KT가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해 그간 쌓은 노력을 시장에서도 알아봐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시사했습니다.
“기업가치와 경영 효율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KT 내부엔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이 많습니다. 각각 적합한 조직 구성이나 인센티브 체계가 다른데도 한 틀에 담아놓는 식이죠. 성장성 높은 부문을 독립시키고 KT가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면 잘되는 사업을 더욱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4월 KT클라우드를 분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선한결/이승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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