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는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 있다. 일반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지만 이 곳은 '사람'을 빌려준다. 이용자들은 30분 동안 내가 빌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타인을 향한 낙인과 편견, 혐오를 완화하고 이해와 존중,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의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사람 도서관처럼 환자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려는 시도다.
책에는 나 교수가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뉴욕대학교 레지던트를 거쳐 예일대에서 중독 정신과 전임의로 일하는 동안 만났던 다양한 환자들의 삶이 그려진다. 나 교수는 인종, 성별, 나이, 직업, 성 정체성 모두 제각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에 대해 가진 편견을 벗어나려 시도한다.
특히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저자는 정신 질환을 향한 낙인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낙인 완화는 저자가 이 책을 쓴 궁극의 목표다. 나 교수는 "‘뇌의 생물학적 기전’이 정신 질환의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낙인이 많이 완화됐지만 중독에 관해서만은 여전히 ‘의지’의 문제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중독만큼 뇌의 기전이 잘 밝혀진 정신 질환은 드물다”고 말한다
나 교수는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마침내 그들과 연결되는 일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온 중산층 남성(주류)으로 살아가던 저자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소수 인종의 이민자라는 소수자성(비주류)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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