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가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나섰다.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이 거론된다. 연내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장 시점은 내년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프리IPO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올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시장의 유동성 상황을 고려해 마감 목표를 하반기로 잡았다. 기업가치는 직전 투자유치 대비 약 2000억원 늘어난 5000억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왓챠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브릿지 라운드(bridge round)를 통해 490억원을 조달했다. 삼성증권을 필두로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 중심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000억원으로 구주 매출 없이 전환사채(CB) 발행만 진행됐다. 누적 투자액은 1000억원을 넘겼다.
왓챠 몸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왓챠는 2020년 12월 진행된 시리즈 D 라운드에서 10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최종적으로 5000억원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약 2년 만에 5배의 가치 상승을 이뤄내는 것이다. 다만 잠재 투자 후보군의 심사숙고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 상승으로 자산시장 경색이 찾아온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최근 스타트업 스스로 기업가치를 조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OTT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OTT 시장 7개 업체(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시즌·왓챠)의 월 평균 실사용자 수는 2683만 명으로 올해 1월 대비 11.3% 감소했다. 왓챠 역시 112만 명을 기록해 13.2% 줄었다.
왓챠는 앞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늘리고, 영화와 음악·웹툰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왓챠 2.0’ 플랫폼을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월 남자 동성 간 사랑을 다룬 오리지널 드라마 ‘시멘틱에러’를 흥행시켰다. 왓챠 2.0을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단 포부다.
왓챠는 지난 2월 ‘왓챠 미디어데이’를 통해 기업공개(IPO) 청사진도 공개했다. 당시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 “생각 없다”며 선을 그은 박태훈 왓챠 대표는 “빠르면 올해 상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왓챠 지분 15.8%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6%)·KDB산업은행(3.9%)·카카오벤처스(3.7%) 등으로 지분이 분산돼 있다.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 중심임을 고려할 때 IPO는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다만 프리IPO 일정에 따라 상장은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