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조' 삼성에 현대차·롯데·한화까지…역대급 돈보따리 푼 재계 [종합]

입력 2022-05-24 16:43   수정 2022-05-24 20:13


재계가 윤석열 정부 출범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주요 대기업은 향후 국내에서 수십조에서 수백조원 규모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삼성그룹은 24일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역대급 규모다.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하기로 했다. 롯데그룹과 한화그룹 역시 각각 37조원, 37조6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 尹·바이든 방문 사흘만에 "450조 투자"
삼성은 이날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란 이름의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미래 먹거리'에 삼성이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투자금액 중 80%를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등 국내에 투입하고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과 같은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향후 5년간 관계사와 함께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규모로,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린 것이다. 총 투자액 450조원 가운데 80%인 360조원이 국내 투자액이다. 지난 5년간 국내 투자액 250조원보다 110조원 증가한 규모다.


재계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하고 사흘 만에 내놓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공장 안내를 맡았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차세대 반도체를 선보였다.
현대차, 국내에 63조 투자…"한국 미래사업 허브로"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산업의 주요 변곡점을 맞아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최근 발표한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13조원 이상)에 이어 국내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한국의 역할을 미래 사업 허브로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3사는 이날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향후 4년 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와 친환경 사업 고도화 분야에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에도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신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내연기관 사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한다.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 향상 등에 38조원이 투입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 업체로 도약하는 동시에 산업 패러다임 격변 과도기에 대처하기 위한 행보다.

주요 3사 외에 자동차 부품, 철강, 건설 등 그룹사까지 합치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 5년간 37조 투입해 핵심사업 키운다

롯데그룹도 5년간 37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로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키우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드 웰니스(Health&Wellness)와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이같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헬스 앤 웰니스 부문의 경우 바이오 사업이 주축이 된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준비 중인 롯데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 인수에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올해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하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한다. 롯데렌탈은 8조원 규모의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화학사업군의 경우 7조8000억원을 투자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화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에 나선다. 롯데케미칼은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 소재 사업에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유통과 호텔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8조100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선다. 호텔 사업군은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식품 사업군에도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한화그룹, 5년간 37조6000억 투자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에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 20조원을 투입해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화는 2026년까지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투자 계획을 이날 발표했다. 2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는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3개 분야에 집중된다.

분야별로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쏟기로 했다. 수소 혼소(혼합연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 분야에는 9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해 탄소중립에 보조를 맞추는 활동도 진행하기로 했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 레드백 장갑차 신규 글로벌 시장 진출 등 'K방산' 글로벌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부문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에 4조원, 건설 분야 복합개발 사업 확대 및 프리미엄 레저 사업 강화 등에도 2조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투자하는 20조원은 지난 5년간 한화그룹이 국내외를 통틀어 투자한 22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소개했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역대급 투자'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쏠린다. 각 그룹은 수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의 국내 1차 협력회사만 700여 곳에 달한다. 협력회사 직원은 37만명, 거래규모는 연간 31조원에 이른다. 삼성 측은 "기업 가치를 키워 고용과 투자를 늘리면 이들 협력회사들에게도 '파이'가 돌아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전체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노정동/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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