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가도 좋다. 국가적으로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재가 되라.”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는 회사 입장에서 수지타산이 맞는 사업이 아니다. 만 29세 청년을 대상으로 무료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데 드는 비용만 매년 수백억원이다. 고용노동부가 SSAFY의 지역 캠퍼스에 일부 지원을 보태주고 있지만, 전체 운영비엔 턱없이 모자르다. 삼성전자는 개발 능력 함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SSAFY 입학생에게 1인당 월 100만원의 ‘용돈’도 준다. 1년간 2300여 명의 교육생이 받는 돈만 276억원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인재들이 경쟁사인 LG전자 등에 입사하기도 한다는 점을 따져보면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도 마이너스다.
IT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금융권,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승부를 건 자동차 업계 등 양질의 소프트웨어 인재 구하기는 IT 업계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1순위로 삼는 목표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현대자동차 등에겐 미래 사업의 사활이 걸린 영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강사 대신 ‘컨설턴트’, 강의 대신 ‘팀 미팅’이라는 용어를 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 강의 방식으로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24일 SSAFY 서울 역삼캠퍼스에서 만난 한기철 컨설턴트는 “현업에서 일하는 것처럼 팀을 이뤄 과제를 수행하는 교육이 핵심”이라며 “컴퓨터공학 전공자보다 비전공생 비중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SSAFY는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입학하기 위한 스터디, 학원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능력을 길러낼 수 있는 주요 대학은 ‘제로(0)’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기업이 청년 채용뿐 아니라 청년 인재를 길러내는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소규모 사업장이 청년 고용의 주된 통로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설립 10년 이상의 300인 이상 기업의 청년 고용이 더 많다. 전현배 서강대 교수가 기업 규모별 청년 고용을 조사한 결과, 2015~2019년 1~9인 기업의 30세 미만 청년 근로자 비중은 18.0%, 300인 이상 기업에선 26.2%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청년 고용 숫자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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