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음성언어 과제. “그림을 보고 설명해보세요.” 환자가 그림에 나온 인물의 행동을 자세히 설명하면 목소리와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검사를 마치고 나면 바로 결과가 스크린에 뜬다. “OOO님의 인지능력은 지난달보다 좀 떨어지셨군요.”
국내 디지털 치료제 기업 하이가 개발한 경도인지장애 자가진단 프로그램 ‘알츠가드’다. 스마트기기 앱을 통해 초기 치매 환자를 90%에 가까운 정확도로 선별해낸다. 김진우 하이 대표는 “조기 진단부터 치료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치료제로 치매, 범불안장애, 근감소증 등 다양한 질병에서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활용한다. 김 대표는 “특정 단백질이나 DNA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것처럼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해 환자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해 질환을 진단한다”고 했다.
알츠가드는 이 같은 기술의 결과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받은 뒤 총 일곱 가지의 인지능력 검사를 시행한다. 그동안 △목소리 △시선 움직임 △심박변이도(HRV) 등 세 가지 바이오마커를 기록하고 분석한다. 김 대표는 “최근 자체 연구 결과 초기 치매 환자를 88%의 정확도로 걸러냈다”고 말했다. 보건소 등에서 치료사가 시행하는 ‘KMMSE(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의 정확도(약 85%)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치매가 의심되는 고령층은 디지털 치료제 ‘알츠톡’으로 인지강화훈련을 받을 수 있다.
하이는 알츠가드를 치매안심센터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건 데이터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순도 높은 데이터를 통해 정확도를 95%까지 올릴 것”이라고 했다.
하이는 올 5월부터 엥자이렉스를 KMI한국의학연구소에 공급하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엥자이렉스는 국내에서 확증임상 시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을 대상으로 한 ‘뽀미’, 근감소증 치료제 ‘리본’ 등도 개발 중이다.
해외 시장도 노리고 있다. 하이는 알츠가드를 앞세워 고령층이 많은 일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엥자이렉스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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