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며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견은 당내 성 비위 사건 등에 대한 본인의 비판 의견에 일부 의원과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개혁론’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박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다. 정말 면목이 없다”며 “민주당 후보들에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며 11초간 허리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86그룹 용퇴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번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박 위원장의 ‘반성 메시지’에 대해 당내에선 온도 차가 감지됐다. 윤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대해 “지도부와 논의된 적은 없다”며 “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재명 위원장은 민주당의 반성·쇄신 필요성이라는 대의 차원에선 공감하면서도 “그 밖에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자성론을 두고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졌다.
박 위원장은 최근 박완주 최강욱 의원 등의 성추문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 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 여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들은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거나 근조(謹弔) 화환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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