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뒤 2025년까지 총 105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현대차그룹이 24일 새롭게 발표한 ‘2025 국내 투자 계획’은 정 회장의 발언과 맞닿아 있다. 핵심은 한국과 미국,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병행’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사업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사업의 경쟁력도 유지할 방침이다. 한국에선 전기차 연구개발(R&D)과 내연기관차 기술 고도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미국은 전기차 생산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급격한 전기차 전환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래 성장의 핵심인 전동화에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전기차는 물론 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투자금은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에도 쓰인다.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생산 시스템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는 8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한편 항공 모빌리티 기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 가장 많은 38조원을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지만 2025년 목표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차 고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보다 구매 부담이 작은 내연기관차를 원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연기관 부품사들의 수익성 유지에도 기여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립하면 ‘서배너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5% 수준인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2030년 12%로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배너 효과는 전기차 전환 대응에 부심하는 국내 부품업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 진출과 글로벌 판매 확대 등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앨라배마 공장 가동 이후 국내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488.3% 증가했다.
해외 공장이 국내 일자리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기아의 직원 수는 2004년 8만5470명에서 지난해 10만7483명으로 26% 늘었다.
정 회장은 “해외에 투자하면 국내에도 고용 효과가 나타난다”며 “미국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일부 인력은 한국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도 같이 투자가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며 “일자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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