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올해 사상 최대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력구입비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전에 전력을 파는 발전사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조치로, 민간 발전사들은 “반(反)시장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는 24일 전력시장에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직전 3개월 SMP 가중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의 상위 10%에 해당할 때 1개월간 적용된다. 상한가는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125%)다. 예컨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지난달 SMP는 ㎾h당 202.11원으로 1년 전보다 165% 뛰었지만 상한제가 적용되면 한전은 ㎾h당 130~140원에 전력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그만큼 전력을 싸게 살 수 있지만 발전사는 한전에 전력을 더 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다.
산업부가 상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한전 적자가 급속하게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약 7조8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올해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민간 발전사들은 국제 유가 급등과 SMP 상승으로 올 들어 이익이 크게 늘었다.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를 부추길 수 있고 국민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산업부가 상한제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민간 발전사들은 정부가 한전 적자 해소의 근본 해법인 전기요금 정상화 대신 ‘민간 기업 팔비틀기’를 통해 쉽게 한전 손실을 메우려 한다고 지적한다. 한 민간 발전사 대표는 “SMP 상한제는 한전 손실을 민간기업에 떠넘기는 편법”이라며 “유명무실화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부활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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