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공간,부동산 가치의 재정의[이지스의 공간생각]

입력 2022-05-25 11:52  

이 기사는 05월 25일 11: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몇 년 전 일본의 종합 디벨로퍼인 미쓰이 부동산 경영진과 만났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첫째는 좋은 입지를 저렴하게 확보하는 역량, 둘째는 좋은 시설을 개발하는 사업 기획력입니다." 우리가 흔히 들어온 부동산 개발의 개념과 맞닿아있다.

이런 전략으로 성장한 미쓰이 부동산은 '부동산'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그들은 최근 중장기 전략으로 '부동산(不動産)의 이동산화(移動産化)'를 제시했다. 입지라는 틀을 깨고 '이동하는 자산'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여러 시도에 나선 것이다.

차량에 상품을 담은 '찾아가는 점포'를 테스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은 또 트레일러를 활용해 도심 한복판에 바비큐, 사우나, 파티룸 등을 제공하는 이동형 시설을 제안했다. 핀란드의 윔(Whim)이라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회사와 손잡고 구독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입지 경쟁력이 낮은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미쓰이 부동산은 "우리가 만드는 것은 오피스(시설)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다"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각기 다른 업무 방식에 맞춘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10인10색'을 제안하고 있다.

1941년 창업해 80년 동안 일본의 부동산업을 이끌던 기업이 이제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전통적인 성공 방식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부동산업은 타 산업의 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가치 있는 입지를 선점하는 데 필요한 거래 정보가 폐쇄돼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플랫폼에 정보가 모이고 있다. 구글, 알리바바, 메타(구 페이스북) 등 기업이 도시 개발, 스마트 시티, 메타버스 등 부동산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도시와 공간을 두고 벌어지는 주도권 싸움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80년 부동산 기업' 미쓰이 부동산이 변화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혁신이 지체되면 경쟁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좋은 사례가 백화점, 마트, 쇼핑몰 등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사업자다. 이들은 공간을 빌려주고 그 안에서 발생한 매출 일부를 임대료, 수수료 등으로 받는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팔며, 평당 매출액을 어떻게 더 늘릴지 고민한 결과가 수익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고객이 그 편의성에 환호하면서 이커머스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사업자들은 최근까지도 큰 위기 의식을 갖지 않았다. 이커머스는 물류 비용으로 적자를 보는 구조라며, 결국 소비자는 오프라인으로 돌아온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부동산업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입지와 시설에만 몰두한다면 같은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기술 진화와 고객 니즈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사업자처럼 시장에서 도태되는 운명에 맞닥뜨릴 수 있다.

혁신은 수요자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과제를 새로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고객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잠재된 니즈를 찾아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공간의 가치는 새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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