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I 준결승 오른 T1, 외나무다리서 원수 만났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입력 2022-05-27 13:48   수정 2022-05-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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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그 대표팀 T1이 2022 MSI 부산 준결승에 올랐다. MSI는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 국제대회다. 오는 28일 열릴 T1의 준결승 상대는 오랜 라이벌인 유럽 리그 G2 e스포츠(이하 G2)다.
G2와 국제전 '질긴 악연' ... T1, 2019년의 복수 성공할까
T1이 준결승까지 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예선인 그룹스테이지는 전승으로 통과했으나 본선에서 흔들렸다. 6개 팀이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겨루는 럼블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중국리그 RNG(로얄 네버 기브업)와 G2에게 모두 졌다.

2라운드에서는 상대적 약팀으로 평가받는 북미리그 EG(이블 지니어스)에게도 패배하며 팬들의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후 G2와 RNG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하며 걱정을 기대로 바꿔놨다. 연승을 이어간 T1은 7승 3패의 성적으로 최종순위 2위를 기록했다.
T1의 전신인 SKT T1 시절부터 이어진 G2와의 악연은 길고 질기다. 국제전 상대 전적도 매치 기준 T1이 10승 9패로 막상막하다. T1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등 국제전을 휩쓸던 2017년까지는 압도적으로 앞서 나갔다.

양 팀의 상대 전적이 비등해진 건 2019년부터다. G2가 당시 유럽 최고 미드 라이너로 꼽히던 캡스(라스무스 뷘터)를 영입하며 강팀을 완성하면서다. 이후 2019 MSI와 롤드컵에선 모두 G2가 승리했다. 당시 T1 또한 칸(김동하), 테디(박진성), 클리드(김태민) 등을 영입하며 강력한 선수 라인업을 꾸렸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국내 팬들이 G2에 대해 "이 정도면 천적”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선수들도 이같은 악연을 의식하고 있다. 26일 진행된 MSI 미디어데이에서 T1의 구마유시(이민형)은 “2019년의 티원과 지금의 티원은 다르다”며 G2에게 “이번에는 이길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국제전 승률 77% ... '다전제의 T1'은 다르다
G2를 꺾을 T1의 무기로는 영리한 운영 능력이 꼽힌다. T1은 라인 관리와 이를 바탕으로 한 팀원 간의 발 빠른 합류가 장점이다.

T1 경쟁력의 바탕은 롤드컵 3회, MSI 2회, LCK 10회 우승 타이틀을 가진 페이커(이상혁)다. 많은 대회를 겪어온 베테랑의 노련함이 빠른 판단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돕는다. 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구마유시(이민형), 케리아(류민석) 등 작년 롤드컵 4강까지 올랐던 멤버들이 함께 합을 맞춰온 점도 강점이다.

SKT T1 때부터 자랑해온 다전제에서의 강력함도 주목받고 있다. T1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라이엇게임즈 주관 국제대회에 2014년과 2018년, 2020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진출했다.

작년 기준 롤드컵과 MSI를 합해 총 22번의 5전제 경기를 치렀다. 이중 17번을 이기고 5번 패했다. 국제전 다전제 승률이 77.2%에 달한다. 예를 들어 SKT T1은 2016년 MSI 당시 조별리그에서 6승 4패로 흔들렸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상대를 압도하며 결국 우승했다.

조심해야 할 점은 G2의 일명 ‘한타’라고 불리는 5대5 전투에서의 교전 능력과 허를 찌르는 밴픽이다. T1이 럼블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패배할 때도 예상치 못한 조커픽이 변수가 됐다. G2는 대회에서 잘 쓰이지 않는 야스오와 다이애나라는 리스크 있는 챔피언을 과감히 꺼내들었다. T1은 경기 초반 우위를 점했지만 상대 두 챔피언의 활약으로 중요한 다수 교전에서 연달아 패했다. 이후 내셔 남작과 드래곤이 걸린 대형 오브젝트 앞 한타에서 무너지며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LCK 전승 우승으로 증명한 '최선있티' 다시 한번 보여줄 때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럼블스테이지 결과 RNG가 8승 2패로 1위에 올랐다. 3위와 4위는 5승 5패를 기록한 G2와 EG가 각각 차지했다. PSG 탈론이 3승 7패로 5위, 사이공 버팔로가 2승 8패로 6위에 머무르며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1위 팀에게는 준결승 상대와 경기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RNG는 EG를 골랐고 27일 5전제 경기를 치른다. 28일 경기에서 T1이 승리할 경우 27일 경기의 승자와 29일 결승전을 치른다.

T1의 원딜러 구마유시는 2020년 SNS를 통해 T1과 재계약을 알리며 “최고의 선수가 있을 곳은 T1이니까”라는 글을 남겨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국내 리그인 LCK 전승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며 말뿐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선수 본인도 LCK 우승 후 SNS를 통해 “최고의 선수가 있‘는’ 곳은 T1이니까”라며 재치있게 이를 변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의 세계는 늘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한다. T1이 MSI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전세계를 상대로 ‘최선있티’(최고의 선수가 있는 곳은 T1)를 또 한번 입증해내길 기대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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