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별내 오남 진접 등 경기 남양주 일대 아파트값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단지는 오히려 올 들어 2억원씩 호가가 뛰었다. 진접선 개통이라는 굵직한 호재 덕분이다. 올 3월 진접선 개통 이후 서울 도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데다 역 주변 상권까지 살아나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수도권 타지역과 다른 양상이다.
2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남양주 별내동에 있는 남양주별내아이파크1차(전용면적 124㎡)는 올 3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월(8억95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인근 남양주별내아이파트2차(72㎡) 역시 지난해 1월 7억5000만원에서 올 3월 8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별내동뿐만이 아니다. 오남읍에 있는 남양주오남쌍용스윗닷홈2단지(59㎡) 역시 지난해 1월 2억500만원에서 올 2월엔 3억9250만원으로 1억8750만원 올라 매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높게 형성됐다. 진접읍에 있는 남양주진접부영사랑으로(84㎡)는 이달 초 4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엔 3억3000만원이었다. 1년 새 매매 가격이 50% 이상 오른 셈이다. 진접읍의 남양주진접 금강펜테리움과 남양주진접 반도유보라메이플타운5단지 등도 최근 1년 새 매매 가격이 1억~2억원씩 올랐다.
올 들어 아파트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수도권 다른 지역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지난해 집값 상승세를 앞서서 이끌던 수도권 외곽 아파트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올 들어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남양주 부동산시장이 탄탄한 건 올 3월 개통된 진접선 덕분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연장선인 진접선 복선전철을 활용하면 버스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15분 만에 갈 수 있다. 진접선 개통으로 기존 오이도~당고개 노선이 수도권 동북부 지역인 남양주 진접역까지 14.892㎞ 연장됐다. 전체 구간은 짧지만 당고개역에서 진접읍까지는 그간 버스로 1시간이 걸렸다. 진접선 개통으로 소요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됐고, 진접역에서 서울역까지 52분이면 가게 됐다. 그동안 이 지역은 아파트 단지가 집중적으로 들어섰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다.
진접읍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남양주는 철도교통 인프라가 부족했고, 서울과 이어지는 국도는 상습적인 교통 정체 구간으로 악명이 높았다”며 “개통 이후엔 진접선이 지나가는 역 주변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지인보다 외지인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도심보다 교통 낙후 지역의 전철 개통이 인근 부동산시장에 더 큰 호재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철 따라 돈이 흐른다’는 부동산 격언이 도심보다 수도권 외곽 지역의 집값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얘기다.
오는 28일 서울 강남을 남북으로 잇는 신분당선 강남역~신사역 구간이 개통되지만 인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같은 날 개통하는 신림선이 주변 시세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림선은 서울의 대표적 교통 사각지대이던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를 잇는다. 관악구에서 영등포구까지는 상시 교통체증과 좁은 도로망으로 지하철·버스 환승에만 약 50분이 걸렸다. 신림선이 개통되면 이동시간이 16분으로 줄어든다. 이렇다 보니 신림선이 지나는 신림동 건영3차(84㎡)는 지난해 11월 9억1000만원에서 현재는 11억원 수준에 매매가격이 형성돼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로 수도권 내 매수 심리가 꺾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미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이 아닌 새로 인프라가 깔리는 수도권 외곽 지역에선 철도 호재가 추가 집값 상승 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