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지하철역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를 냈다.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철학을 가진 스타벅스가 지하철역에 좌석 없는 매장을 낸 건 이례적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이마트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 지분을 지난해 7월 추가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최대주주(지분율 67.5%)가 됐다. 이를 계기로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20년 넘게 고수해 온 출점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스타벅스는 커피만큼이나 매장의 입지, 인테리어 등을 중시하며 ‘공간 마케팅’을 적극 펼쳤다. 하워드 슐츠 미국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매장을 집과 직장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제3의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가구는 미국 본사가 직접 관리했다.
매장에 ‘진심’인 스타벅스가 지하철역에 점포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는 놀라는 분위기다. 미국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 증대보다는 최근 골프장 등 특수 상권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점포 다양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매장 곳곳에 부착된 ‘좋아하는 걸 좋아해’라는 마케팅 슬로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벅스 마니아들 사이에 “무겁고 진지한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강남역신분당역사점 등 테이크아웃 전문점포 출점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며 “출퇴근 시간 등 혼잡 시간대에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입지 특성에 맞춰 점포를 다르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 전부터 스타벅스의 마케팅 등 일부 부서에는 이마트 출신 직원들이 소속을 옮겨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계열사의 멤버십이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오랜 시간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브랜드”라며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소비자를 추가 유입시키는 효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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