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주문이 줄더니 5월에는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셀러)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 1분기 이후 “네이버스토어, 무신사 등에 입점한 브랜드를 양도한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e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무신사 등 ‘플랫폼 공룡’들이 판매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소상공인들이 유명 플랫폼에 입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1.1%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에 9.9%를 기록한 이후 4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1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20.2%에 달하기도 했다.
엔데믹으로 가족 단위로 외출·외식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백화점,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은 북적대고, e커머스 시장의 판매 열기는 차가워지는 분위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현저히 둔화했다”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스토어의 판매자 수는 총 49만 명이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1년 사이에만 19.5%(8만 명) 불어났다. 패션업종의 경우 무신사에 6000여 개, 지그재그에 73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업계에선 “포화 상태에 다다른 지 오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내 사업 운영권은 브랜드의 매출,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최근 1~2개월 새 가격을 확 낮춘 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2개월 전만 하더라도 2500만~3000만원이었던 연 매출 3000만원 수준의 영세 브랜드 양도 가격이 지금은 500만원가량 낮아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셀러들의 플랫폼 이탈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소비의 중심축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진정되기는커녕 심화하고 있어서다.
패션기업의 로드숍 매장에서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4대 패션기업으로 꼽히는 삼성물산,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의 올해 1~4월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온라인에 완전히 밀렸던 로드숍 매출이 확연히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들도 온·오프라인을 투트랙으로 공략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발란, 머스트잇 등 명품 플랫폼 기업이 올해 들어 서울 여의도, 압구정동 등에 잇따라 매장을 낸 게 그런 사례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e커머스 기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기인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꺾이면서 e커머스 시장에서 자영업자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업계가 대형 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