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근 국방과학연구소(ADD)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우주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분야별 강점을 지닌 전국 주요 거점을 연결하고 제주도를 포함한 국토 전역을 활용해 미래 먹거리로서의 우주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대전과 전남, 경남과 제주를 연결한 ‘스페이스 다이아몬드’ 모델을 중심으로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 이 모델에선 대전에 있는 ADD와 KARI가 핵심기술 연구 개발을 담당한다. 사천시 등 경남에 있는 KAI와 협력사들은 위성과 발사체 등 우주 부품 생산을, 전남 나로우주센터 등은 발사체 조립 생산 및 발사를 맡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열도인 일본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최적의 로켓 발사지라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일본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태평양 쪽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하반기 제주도에 들어서는 국가통합위성운영센터를 중심으로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로켓 스타트업과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제주에서 세 차례 로켓 시험발사를 마쳤다. 정부가 주도해 대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서 기업이 다양한 목적에 맞는 소형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15t급 추력의 하이브리드 로켓(액체·고체연료 혼합 로켓)을 개발해 소형 위성 발사를 추진하고 있는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는 “연간 세계에서 발사되는 위성의 90% 이상이 600㎏ 이하 소형 위성”이라고 말했다. 위성 등 탑재체를 개발해 쏴 달라는 고객(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10여 개의 로켓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우주산업에 진출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로켓 스타트업들의 수익 모델을 묻는 현장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김 대표는 “근본적으론 재사용 로켓 기술을 확보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며 “로켓에서 파생된 기술을 축적해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의 1단 추진제 탱크 제작 및 전체 조립을 맡은 KAI의 한창헌 미래사업부문장은 한국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앞으로 남은 핵심 과제로 짚었다. 누리호 제작에는 300여 개 협력사가 참여했다. 누리호 발사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우주 시장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한 부문장의 지론이다.
KAI는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한 로켓 부품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해 생산 비용을 줄여 국내 업체들의 상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부문장은 “KAI의 소명은 대한민국에 항공우주산업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과 동반 성장하며 우주 발사체를 위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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