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도발을 감행하자 한국과 미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양국은 지대지미사일 사격으로 도발 원점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고, 우리 공군은 전투기 30여 대를 동원한 무력시위도 벌였다. 도발엔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북한의 핵실험 또는 추가 도발이 이어질 경우 미 전략자산 전개 등 한·미 양국도 후속 대응에 나서기로 해 당분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한·미 양국이 지난 21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 수단에 ‘핵’을 명시한 것을 의식해 양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에서 “ICBM과 SRBM은 동전의 양면으로, 섞어 쏘기는 한·미 동맹에 대한 동시 위협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새벽 6시3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고받은 뒤 6시30분께 NSC 소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주재의 NSC는 오전 7시35분께 시작됐다. 이어 오전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전화통화를 하고 향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개최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과 주한미군도 함께 대응에 나섰다. 오전 10시20분께 한·미 미사일 부대는 강원 강릉에서 한국군의 현무-2, 미군의 ATACMS(에이테큼스) 지대지미사일을 한 발씩 동해상으로 실사격했다. 현무-2는 사거리가 300㎞를 넘는 미사일로, 도발 원점(발사장소)인 순안공항까지의 거리(250㎞)를 고려해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공군은 전날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 뒤 F-15K 전투기 30여 대를 활주로에 전개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도 했다. 유사시를 대비해 최대 무장을 갖춘 전투·폭격기들이 신속하게 출격하는 연습으로, 군용기들이 마치 코끼리가 한꺼번에 걷는 것처럼 움직인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그는 ‘북한 군사 행동에 대한 3원칙’도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방사포인지, 탄도미사일인지, ICBM인지 정확하게 밝히기로 했다. 또 북한의 군사 조치가 있을 때는 반드시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행동을 한·미 군사 협조 태세를 통해 함께 실천하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로 상황을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미 당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 대북제재 결의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김동현/김인엽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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