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인사검증 조직을 만든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법무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공직자 인사검증 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이곳에서 맡던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가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법무부는 25일 “인사정보관리단은 1차 검증 실무만 담당하며 인사 추천이나 2차 검증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추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소통령의 재확인’ ‘왕장관의 탄생’ 같은 말은 정치적 공세라치더라도 ‘슈퍼 법무부’의 탄생을 걱정하는 목소리만큼은 공감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검찰을 외청으로 둔 법무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역할까지 맡는 권한의 확대는 부인할 수 없는 팩트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인사 추천·검증·판단을 인사혁신처와 법무부 등이 나눠 담당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밀실 정치’로 이뤄지는 인사와 상대 진영 인물들을 상대로 한 뒷조사 등의 병폐를 없애겠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법무부를 거대 권력기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에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권에선 “사실상 총리 이상의 권한을 갖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새 정부가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미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복두규 인사기획관 등 검찰 출신 인물을 대통령비서실 인사 담당자로 기용한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구도가 형성돼서다. 한 장관은 “초대 인사정보관리단장을 비검찰 출신에게 맡기겠다”고 했지만 검사들이 인사정보관리단에 올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인사정보1담당관은 검사만 맡을 수 있고, 그 외에 최대 두 명의 검사를 이 조직에 두는 게 가능하다. 모든 공직자 인사 관련 조직에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출신이 배치된다면 대통령이 공직자 인사에 지나치게 관여할 여지를 남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어떤 권력이든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비대해지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권력자의 입김이 닿기 쉬운 인사 업무는 더더욱 그렇다는 게 역사의 경험칙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과 협치를 후대의 사가들은 어떻게 기록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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