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G휴켐스는 25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질산 40만t, MNB 30만t을 생산하는 공장을 완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증설로 질산 생산능력이 연간 110만t에서 150만t으로, MNB는 연간 42만t에서 72만t으로 증가한다. 증산한 질산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에, MNB는 금호미쓰이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다. 질산 생산능력은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TKG휴켐스는 2006년 TKG태광(옛 태광실업)이 남해화학으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휴켐스 지분 39.95%를 보유하고 있는 TKG태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고(故) 박연차 회장이 1971년 창업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명을 태광실업에서 TKG로 바꿨다. 2020년 박 회장 타계 후 장남인 박주환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TKG휴켐스는 화학업계에서 숨은 ‘알짜기업’으로 손꼽힌다. 영업이익률은 매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화학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6%)을 웃돈다. 부채비율은 30%대에 불과하다. 올 1분기 기준으로 현금 자산이 3800억원인데 비해 단기차입금은 106억원으로, 재무 상태도 탄탄하다. 작년 매출 8612억원, 영업이익 934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0.9%다. TKG휴켐스 주가도 지난 24일 종가 기준 2만5000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초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TKG휴켐스는 질산을 토대로 DNT, MNB, 초안을 생산한다. 질산에 톨루엔을 결합하면 DNT, 벤젠을 섞으면 MNB, 암모니아를 더하면 초안이 생성된다. DNT와 MNB는 자동차와 가구·건설 내장재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재료로 활용된다. 초안은 반도체 세정제와 폭약 제조에 쓰인다.
질산은 산업부문 필수 소재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고, 인화성이 높은 위험 물질이어서 운반과 안전관리가 어렵다. 다른 기업들이 질산 시장 진입을 꺼린 이유다. 국내 질산 시장은 TKG휴켐스가 9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TKG휴켐스는 한국바스프, ㈜한화, 한화케미칼, OCI, 금호미쓰이 등과 장기공급 계약을 맺고 질산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휴켐스가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는 비결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질산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질산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 가격은 올 1분기 평균 가격이 t당 934달러까지 올랐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다. 200달러 초반대였던 1년 전 대비 네 배 이상 급등했다.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한화가 직접 질산 생산에 나선 것도 향후 실적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 글로벌 부문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40만t 규모의 질산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1900억원을 투자한 공장이 완공되면 ㈜한화의 질산 생산량은 52만t으로 늘어난다. ㈜한화 관계자는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 분야로 사업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TKG휴켐스는 질산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어서 ㈜한화를 대체할 새 수요처를 발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업체들이 질산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비싼 값이라도 서둘러 장기공급 계약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6공장 가동이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신규 공장 물량에 대한 장기 계약이 이미 끝난 상태”라며 “한화의 시장 진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환 TKG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질산 6공장 착공식에서 “질산 제조사로서 최고의 지위를 공고히 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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