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상장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도입하기로 했다. BDC는 비상장주식과 코스닥·코넥스시장에 상장된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그동안 고액자산가와 전문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진 비상장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BDC 도입으로 일반 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한 BDC는 설립 후 90일 내 한국거래소에 상장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이나 ETF처럼 BDC를 한국거래소에서 사고 파는 방식으로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그동안 비상장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 전문 플랫폼을 이용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가 한결 용이해진다.
변동성과 위험이 큰 비상장주식과 중소형주 특징을 감안해 투자자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한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운용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해 최소 5개 종목 이상에 분산투자하도록 했다.BDC가 투자한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하도록 하고,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국채·통안채 등 안전자산에 넣도록 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VC의 운용 책임을 높이기 위해 자사가 설정한 상품에 5% 이상 의무출자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된다.
벤처기업 입장에선 BDC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BDC는 설정 후 환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존속기간인 최소 5년간 중장기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벤처투자조합이나 공모펀드와 달리 기업에 대한 대출도 가능하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일부 혁신기업은 지분율이 희석되는 지분투자 대신 대출을 선호해 수요에 맞는 자금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대출에 따른 이자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컴펀드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BDC가 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금융위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수요조사를 한 결과 39개 금융투자회사에서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BDC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로 이송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본회의 등을 통과하면 법안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 내용에 여야간 큰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과장은 “시장참여자와 협의를 진행해 올해 하반기 중 하위법규 개정안 등 세부 도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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