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50만 호'보다 시급한 공사비 문제

입력 2022-05-26 17:21   수정 2022-05-29 14:15

지난 16일 취임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찾아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등 50만 가구 공급 구상을 밝혔다. 취임 100일께인 8월까지 ‘주택 250만 호+α 공급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를 강조한 행보다.

원 장관은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으로 아우성인 건설 현장은 아직 찾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공사비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시가(時價)대로’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공급 청사진보다 당장 올해 아파트 공급을 가로막는 공사비 파동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자재값과 공사비 고공행진
올 들어 건설자재값이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5월 t당 84만원이던 철근 가격은 지난달 116만원으로 1년 새 38.07% 올랐다. 창호의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시세(국제LME 기준)도 t당 2403달러에서 2826달러로 17.6% 뛰었다. 공사비 변동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건설공사비지수 중 주택용건물지수가 지난해 13.48 뛴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2.77 올랐다. 업계에선 공사비가 1년 새 15~20%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 시스템 구축 비용과 공기(공사 기간)가 각각 2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 협력 업체는 건설사에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공사가 차질을 빚는 현장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발주처인 시행사에 공사비 인상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시행사도 금융 이자 등을 고려하면 수익이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수주 시장도 파행을 걷고 있다. 건설사를 정하지 못한 수도권 아파트와 오피스텔, 지방 아파트 사업지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대구는 도급 계약을 앞두고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도급 계약 시점과 공사가 진행되는 착공 시점 간 차이가 큰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은 공사비 갈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 합동으로 해결책 고민해야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중심이 돼 민간 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공사비 문제 해결책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건설사·자재·장비·하도급·발주처 등 건설산업 상생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원자재 수급 및 공사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공기가 정해진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차질을 빚을 경우 입주 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막기 위해 물가 변동과 공기 연장이 제도화된 공공 공사처럼 민간 공사에도 공기 연장, 계약 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참에 분양가 상한제(투기과열지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조정대상지역)를 원점 수준에서 재검토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파동을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꼽고 있다. 원 장관이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해결의 답을 현장에서 찾는다면 부동산 비전문가라는 시장의 우려가 확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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