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향후 5년간 450조원의 초대형 투자를 결정한 데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격차 리더십’을 확보하고 바이오·6세대(6G) 이동통신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반면 차세대 먹거리 부문의 성장은 여전히 반도체에 비해 더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독보적 1위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2~3위 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EUV 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유일의 EUV 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을 통해 향후 5년간 쓸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는 한 대에 2000억~3000억원가량 할 정도로 고가인 데다 한 해 생산량이 40대 안팎으로 제한돼 있어 돈이 있어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갖출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D램은 마이크론의 10㎚급 4세대 D램보다 선폭이 짧아 앞선 기술력으로 인정받는다”며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약 44%에서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 부문인 팹리스에서는 고성능 저전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AP 중에서도 갤럭시 시리즈 전용 AP 개발에 최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부문에선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 줄이기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3㎚급 반도체는 TSMC보다 우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3㎚급 이하 반도체를 조기 양산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0㎚급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이번 대규모 투자로 예상보다 빨리 점유율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를 점찍었다. 바이오도 반도체에 이어 한·미 경제안보 동맹을 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국가가 백신 확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바이오도 국가 안보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삼성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양대 축으로 바이오산업을 키우고 있다. 성과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1분기 매출 5113억원, 영업이익 1764억원을 기록해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차세대 통신 기술도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 기술은 모바일·가전·반도체 등 삼성전자 핵심 제품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신장비 부문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통신사업자 디시네트워크로부터 5G 통신장비를 수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 애호가인 찰리 에르켄 디시네트워크 창업자와 함께 직접 북한산 등반에 나서는 적극성을 보이며 호감을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6G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해서도 기술 선점 및 글로벌 표준 선도 등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엔 통신 기술 저변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6G와 관련한 세계적 전문가들이 ‘삼성 6G 포럼’을 처음으로 열었다. 6G는 5G보다 50배 빠른 속도로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은 세계 7개 지역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센터를 통해 선행기술 연구에 나서는 한편 인재 영입과 전문인력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박신영/정지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2. 나노미터라는 단위는 얼마나 작은 길이인지를 찾아보자.
3.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는 이유를 글로벌 경쟁 차원에서 이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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