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여러 형태로 시장에 개입하고 가격 통제를 시도한다. ‘공공요금’으로 묶이는 전력 대중교통 가스비가 대표적이다. 또 하나 정부의 강력한 가격 개입이 부동산 시장 ‘분양가 상한제’다. 처음에는 공공분양택지에서 시작했으나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택지에도 적용된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내세운 국토교통부의 막강한 권한이다. 취지는 고공행진하는 집값을 분양가 통제로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활한 공급을 가로막을 뿐 실제 소용이 없다는 무용론에 이어 해악론도 만만찮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쟁점이 됐다.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이 민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배경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시작되자 폐지하겠다는 말은 못 하고 있다.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 집값 안정에 도움 되나.
이 기준에 따르면 분양가는 세 가지 요소로 들여다본다. 첫째, 택지비다. 건설회사가 주택 소비자에게 집을 판매하기까지 토지는 원소유주, 택지 조성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이 가격에 거품이 없는지부터 보겠다는 취지다. 다음은 공사비다. 실제 투입된 공사비용 위주로 가격이 형성되게 하자는 의도다. 셋째, 가산비가 있다. 최종적으로 새 아파트가 나오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고 이 과정에서 주택 조합원 이주비와 금융비용, 조합 사업비 등이 들어간다. 세입자 유무에 따라 명도소송 비용 등도 있다. 모두 가산비로 인정되는 항목이다.
그런 세부 항목 평가를 기초로 분양가가 산정되면서 터무니없이 오르는 신규 주택 가격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이를 통해 기존 주택 시장의 무모한 급등세도 잡아보자는 취지다. 이중가격 형성이라는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실제 가격을 누르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분양 시장만 바라보는 수요자, 특히 무주택자의 심정을 헤아려보면 정부의 분양가 개입은 더 확대돼야 한다. 서울 핵심 지역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시행 못할 이유가 없다.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분양가의 상한만 규제할 게 아니라, 일정 가격 이상으로 집값이 오르지 못하도록 분양가 승인제라도 해야 한다. ‘상한제 폐지’ 주장이 나오지만, 공급 확대에 대한 의지 정도로 봐야 한다. 실제로 이 제도를 없앨 경우 고삐 풀릴 집값도 예측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에 필요한 공급 물량을 줄여버린 주요인이 됐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나아가 향후 몇 년간 공급될 서울의 아파트 신규 물량 표를 보라. 물량이 확 줄어들었다. 낡은 노후 주택에 대한 재건축과 리모델링 일반 규제가 여전한 이유도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 탓이 크다. 정부가 가격을 억지로 통제하는데 어느 주택조합이, 어떤 건설사가 아파트를 쉽게 지으려 하겠나. 조합은 이득이 되고 건설사도 원하는 수준의 이윤이 보장돼야 사업을 한다. 이 제도를 경직적으로 운용한 결과 물량 부족이 가중됐다. 시장에 필요한 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주택만의 현상이 아니다. 모든 재화와 인적 서비스 거래에 모두 적용되는 원리다.
그 연장선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도 초래하고 있다. 이중가격 문제다. 분양가 통제로 물량이 줄어들면서 분양받는 데 성공한 소비자만 로또 당첨자가 되는 서글픈 현실이다. 2021년 한강변의 한 아파트 84㎡형은 이 제도에 따라 17억원에 분양됐다. 주변의 다른 아파트 가격은 27억원을 넘었다. 분양 당첨자는 그 자리에서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정부가 원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게 현실이다. 분양에 떨어진 수요자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라. 수많은 주택 수요자가 신규 분양에 목을 매는 이유다. 동시에 새집을 원하는 조합·건설사와 서울시·정부 사이에 수시로 갈등이 빚어지는 요인도 된다. 다른 재화나 자산과 마찬가지로 집값도 오를 수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때로는 내버려두는 것도 좋은 대책이다. 단기 관점의 가격 통제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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