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보다 여전히 중국이 더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더 억압적으로 바뀌었다”며 시 주석까지 정면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16개월 만에 대(對)중국 종합 전략을 새로 발표했다. 대만, 솔로몬제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지뿐 아니라 경제와 외교, 군사, 기술을 모두 가진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찬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받은 혜택만큼 국제사회에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법과 원칙을 허물고 있다”며 45분간 중국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대만과 다른 나라 관계를 차단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봉쇄하는 한편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하고 있다”며 “이런 언행은 주변 지역을 매우 불안정하게 하고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신장, 티베트, 홍콩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은 내정이라고 주장하지만 틀렸다”며 “이는 유엔 헌장에 상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시 주석하에서 중국 공산당이 국내에서 더 억압적으로 변했고 해외에선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며 시 주석을 겨냥했다. 그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의 우정을 강조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전략폭격기를 보낸 것도 문제 삼았다.
다음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를 시작으로 8개 남태평양 도서국을 방문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블링컨 장관이 중국 전략을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전략을 ‘투자·공조·경쟁’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블링컨 장관은 “경쟁력과 혁신, 민주주의를 위해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동맹)를 발족한 데 이어 지난 24일 일본에서 네 번째 쿼드 정상회의를 열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안보협의체다.
앞서 23일엔 역내 13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이들 협의체는 모두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주요 강대국인 중국의 역할을 봉쇄하거나 중단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며 “충돌이나 신냉전 모두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