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같은 건설현장…하자 확 늘었다

입력 2022-05-27 17:30   수정 2022-06-07 16:45


‘2021년 아파트 하자 신고 74.6% 급증.’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품질에 대한 불만도 크게 늘고 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신기술을 도입하고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입주자들의 하자 신고 건수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단기 급증, 무리한 공기 단축 등이 하자가 늘어나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하자 신고 폭증 속 1위는 DL건설
27일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신고는 7686건으로 전년(4402건)보다 무려 74.6% 급증했다. 200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아파트 하자 신고는 2018년엔 3818건, 2019년엔 4290건, 2020년엔 4402건, 지난해엔 7686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하자 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온 건설사는 DL건설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840건이 접수됐다. GS건설(385건), 중흥토건(331건), HDC현대산업개발(267건), SM상선(206건)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 하자를 보면 균열(1119건)이 14.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로(1034건)가 13.45%, 들뜸·탈락(516건·6.71%)과 누수(472건·6.14%), 기능불량(371건·4.82%)에 대한 하자 신고도 많은 편이었다.
“현장 교육 3~4개 외국어 방송으로”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의 인력 구조를 하자가 급증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 기능인(일용직 근로자) 10명 중 8~9명꼴로 근속기간이 2년 미만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엔 배달 음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근로자의 상당수가 배달원으로 옮겨가 현장의 구인난이 더 심해졌다. 이렇다 보니 지역·현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평균 50%에서 최대 80%에 이른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로 알려졌다.

건설사 현장 관리 담당 임원은 “일부 현장에선 안전 관련 안내 방송을 3~4개 외국어로 할 정도”라며 “서로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다 보니 제대로 업무 지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적인 원인이 아파트 마감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 이자비용 증가를 우려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행태도 하자를 키우는 요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기가 길어지면 운영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최대한 기간을 단축하려고 한다”며 “입주 물량이 몰리는 시기엔 아무래도 마감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빠른 공사 완료를 더 우선시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하자 관련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공사가 부실한지,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활 하자인지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나누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입주자와 건설사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설사의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은 2~5년이다. 가장 담보 책임 기간이 짧은 마감 공사는 2년이다. 미장·수장·도장·도배·타일 공사 등과 주방기구, 가전제품 공사가 이에 해당한다. 난방·냉방·환기·가스설비·단열·창호 공사는 담보 기간이 3년이다. 아파트의 구조 안전과 직결되거나 규모가 큰 철근콘크리트·철골·지붕·방수 공사는 가장 긴 5년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하자를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하자의 종류와 원인이 다양해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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