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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년 간 미국이 긴축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친 건 크게 두 번이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 재임 시절인 2004년과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이 Fed 의장으로 있던 2017년입니다. 그리고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작하는 2022년 6월의 긴축입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04년엔 기준금리만 올렸습니다. 옐런 전 의장은 금리 인상 이후 2017년에 QT라는 카드를 처음 꺼내들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과 QT에 통화량(M2)을 줄이는 유동성 축소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그린스펀 때엔 긴축이 권투였다면 옐런의 긴축은 킥복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월의 긴축은 더 다양한 긴축 공격이 가해지는 이종 격투기에 비할 수 있습니다. 주먹(금리인상)과 발(QT) 공격 뿐 아니라 그라운드 기술(유동성 축소)까지 생각해야 하는 때라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이종격투기형 긴축'은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초보들이 이종격투기형 긴축을 이끌고 나갑니다. 직전에 QT 시기였던 2017년에 Fed 이사진 7명 중 현재 남아있는 이사는 2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5명의 이사는 QT를 처음 경험합니다. 이 가운데 3명은 이달부터 Fed에 데뷔하는 그야말로 초짜들입니다.
초보 운전자들과 함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오는 1일 시작되는 '이종격투기형 긴축'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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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속으로 진행되는 파월형 긴축
1일부터 막을 올리는 QT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고속이라는 점입니다. 2017년 QT는 기준금리 인상 후 약 1년 10개월 만에 시작했습니다.
이에 비해 2022년의 긴축은 그 시차가 3~6개월로 단축됐습니다. 지난해 12월 QT를 언급한 지 6개월만의 일이고요. 지난 3월 제로금리에서 벗어난 뒤 3개월 만에 QT에 착수합니다.
또 2017년 QT는 한 달에 100억 달러로 시작했습니다. 매 분기마다 QT 규모를 늘려 한 달에 500억달러 늘렸습니다.
이에 비해 이번엔 월 475억달러로 시작합니다. 9월부터는 950억달러로 두 배 늘어납니다. 출발점은 5배, 중간 도착점은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내년 이후 더 늘어나면 최소 3배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규모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 양적긴축이 시작돼 2019년 9월까지 2년 간 6000억달러의 Fed 자산을 줄였습니다.
이번엔 올해말까지만 5200억달러 이상 Fed 자산을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년 간의 다이어트량을 반년 만에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올해 QT 효과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시장에선 그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체 감축 규모는 2조달러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QT 속도가 더 빨라지면 긴축발작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꺼번에 나온 '긴축 3종 세트'
지갑을 여는 것에 비해 지갑을 닫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사방팔방 나눠 줬던 걸 빼앗아 가는 것인 만큼 여기저기서 항의가 빗발칩니다.
그래도 Fed는 욕을 먹으면서 그 길을 가야합니다. 안 그러면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물리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쓰는 긴축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가 금리인상이고 다른 하나가 M2를 중심으로 시중 통화량을 줄이는 겁니다. 셋째가 QT입니다.
그동안 긴축 시기엔 세 카드 중 한 두가지만 썼습니다. 둘을 쓰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세 카드를 한꺼번에 쓰고 있습니다. 금리인상과 M2 축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QT까지 더해집니다. 긴축 3종 세트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만큼 이종격투기라 생각하고 주먹과 발 공격, 그라운드 공격까지 대비해야 합니다.
그것도 플라이급이 아니라 헤비급 수준입니다. 기준금리를 22년만에 빅스텝으로 올리고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트리플 빅스텝을 밟을 태세입니다. 2년 만에 두 배 이상이 된 Fed 자산을 확 줄여야 하는 만큼 QT 규모도 사상 최대가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Fed가 매입해온 미 국채와 주택저당모기지증권(MBS) 매수세가 줄어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월드와이드형 긴축 시대 본격화
2017년 긴축은 사실상 미국만의 긴축이었습니다. 미국이 주범이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선도했기 때문에 양적긴축도 미국이 주도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뒤늦게 미국을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굼벵이 같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아예 따라오지도 않고 한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썼습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패스트 팔로워'였던 한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미국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금리를 올리며 '퍼스트 무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굼뜬 EU마저 양적완화를 조기 종료하고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히 긴축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 터키 같은 예외도 있지만 이들 국가는 이제 국제 금융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돼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2022년 QT는 '이종격투기형 긴축'이자 '3S형 긴축'입니다. 빠르고(speedy) 크고(super) 동시다발적(simultaneous)으로 진행된다는 얘기입니다.
역사적인 'Fist June'
6월 1일은 여러모로 역사적인 날입니다. 미국 연준(Fed)의 QT 개막일인 동시에 한국 지방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중국에선 상하이 봉쇄령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는 날입니다. 일본에선 2년2개월 만에 외국인 관광객 입국 허용(10일)을 앞두고 입국자 수 제한을 푸는 때입니다.
이런 호재가 긴축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힘을 마련해줄 전망입니다. 2004년에도 닷컴버블과 이라크 전쟁 후유증이 있었고 중국 사스발 공포가 있었습니다. 2018년엔 미·중 갈등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극복했습니다.
앞서 Fed 이사진 초보 집합체라고 언급했지만 그래도 선장과 부선장인 파월과 레이얼 브레이너드는 QT를 경험한 베테랑인 것도 안도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2022년을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침체 공포도 "이 또한 지나가리요"하고 외칠 수 있을 지를 가늠해볼 수 지표들이 이번주에도 수두룩합니다.
우선 경기 선행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옵니다. 미국과 중국의 PMI라 주목할 만합니다. 31일 중국의 5월 제조업 PMI가 공개되고 다음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PMI가 각각 발표됩니다.
이어 3일에 경기 후행지표이자 Fed의 양대 정책 참고 지표인 미국 5월 고용 보고서가 나옵니다. 4월 신규 고용은 42만8000 명으로 이전 6개월간 월평균인 55만 명에 못미쳤다. 5월 신규고용도 32만5000명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날 공개되는 4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통해 탄탄한 동시에 빡빡한 미국 노동시장의 수급상황을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Fed 내 대표적 매파와 비둘기파의 가상 논쟁을 경청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일에 매파 대표주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뼛속까지 비둘기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각각 공개석상에 섭니다. 이들이 QT와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 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긴축이 빨라지고 강해졌지만 그만큼 세계 경제의 체력과 맷집도 좋아졌습니다. 이번 주부터 나오는 각종 지표를 통해 그걸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그렇다면 긴축발작과 경기침체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그 여부가 2022년 6월이 '뜨거운 6월'로 남을 수 있느냐도 결정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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