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중은행들도 씨티은행 고객 모시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각 영업점 단위로 다양한 혜택을 앞세워 씨티은행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도 씨티은행 고객 대상으로 추가적인 혜택 제공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 이용 고객이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변경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씨티은행의 개인 고객 예수금은 8조464억원이다. 법인을 포함한 전체 예수금(23조2226억원)의 34.6% 규모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 은행의 가계자금 대출 규모는 11조3254억원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다른 은행과 거래하던 고객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며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로 오랜만에 시중은행들이 다른 은행 고객 영입 전쟁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은 씨티은행에서 퇴직한 WM 전문가들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자산관리 명가’로 불렸던 씨티은행 출신 PB를 수혈해 이들이 관리하던 VIP 고객과 최상위 자산관리 노하우를 한꺼번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씨티은행 PB 20명 이상을 영입한 데 이어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에 초고액 자산가 특화점포인 ‘TCE시그니처센터’ 문을 열었다. 이곳엔 씨티은행 출신이자 우리은행 영업점 최대 규모인 13명의 PB를 배치했다. 국민·하나·SC제일은행 등도 씨티은행 PB들을 수혈해 주요 WM센터에 배치했다.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하는 WM 사업의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금융에서 철수한 씨티은행은 기업금융에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영업 및 투자 사업에 함께 참여해 이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소비자금융 철수 여파로 당분간 실적 부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0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82억원)보다 16.8% 감소했다.
박상용/이인혁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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