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추경안 처리 ‘시기’에 방점을 뒀다. 어떻게든 지방선거 전 추경안을 처리해 방역지원금을 기다리는 소상공인의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이번 추경안에 담긴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윤석열 정부의 ‘1호 공약’이라는 상징성도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에 일부 양보할 것을 요청한 배경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추경안 처리를 늦춰왔다. 당정이 ‘현금 퍼주기’로 표심 잡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한 발 더 나가 ‘15조원 추가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여야가 28일 밤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도 소급적용을 두고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기류가 바뀐 데는 ‘발목잡기’ 프레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추경 처리에 반대했다가 “거대 야당이 소상공인 지원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를 총괄하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수도권 후보들과 추경안 처리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현장에서 만나는 소상공인들은 피가 마른다고 호소한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추경안 처리를 결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결국 출구전략이 필요했던 민주당이 소급적용을 포기하는 대신 ‘손실보상 지원 확대’를 약속받고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신속한 추경 처리’를 원한 국민의힘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추경안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한 재선의원은 “손실보상은 민생과 밀접한 정책이라 야당이란 이유로 무작정 반대하기엔 위험성이 크다”며 “추가 지원이라는 명분을 챙긴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 큰 손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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