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달리는 美 기업들, '로봇 직원' 40% 늘렸다

입력 2022-05-30 17:19   수정 2022-05-31 00:58


주로 공장 등에서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위해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 도입이 미국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어진 퇴사 바람이 여전한 상황에서 구인난이 지속되자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조립 등에 국한됐던 산업용 로봇의 기능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확산의 한 이유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첨단자동화협회(A3) 자료를 인용해 올 1분기 미국 기업의 산업용 로봇 주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협회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의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작년을 가볍게 능가하는 호황이 예상된다. 지난해 북미 지역의 산업용 로봇 판매는 3만9708대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판매액은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미국 기업들은 산업용 로봇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노동력이 풍부했고 임금 인상 압력도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립 등 반복 작업이 많은 자동차기업이 로봇산업의 주요 고객이었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되자 기업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퍼진 작년까지는 확진자의 결근이 급증해 공장을 돌리기 어려웠다. 올해도 구인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노동조합 결성 시도 등이 맞물리며 임금 인상 압력도 커졌다.

WSJ는 “로봇의 성능이 좋아지고 사용이 편리해진 것도 식품 및 소비재, 의약품, 금속 가공,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산업용 로봇 도입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산업용 로봇을 써보니 생산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많다. 2016년 산업용 로봇 주문량의 71%가 자동차 관련 기업에서 나왔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42%로 하락했다.

당장은 구인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산업용 로봇이 널리 도입되면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 자동화가 가속화하면 인간 노동력의 과잉 공급과 이에 따른 임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산업용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구인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6%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달성한 가운에 일부 주에서는 1%대 실업률까지 등장했다.

WSJ는 미국 50개 주 중 34%인 17개 주의 지난달 실업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네브래스카주와 유타주의 실업률은 1.9%를 찍었다. 네브래스카주는 핵심 산업인 농업과 식품 산업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노동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화했다. 앨라배마 조지아 테네시 애리조나주 등도 지난달 최저 실업률을 보였다.

미국의 탄탄한 고용 시장이 아직은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취업정보기업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상품과 서비스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기업들은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만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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