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와 식용유(대두유·해바라기씨유), 밀·밀가루, 달걀 가공품 등 7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면서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현재 22.5~25.0%인 관세율을 0%로 낮추면 판매자는 최대 20%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대두유와 해바라기씨유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각각 5%에서 0%로, 밀과 밀가루 관세율은 각각 1.8%와 3.0%에서 0%로 내리기로 했다. 또 김치 고추장 등 단순가공식품과 커피·코코아 원두 수입 단계에서 붙는 부가가치세(10%)를 2023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선 물가 하락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국이 돼지고기를 주로 수입하는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밀 수입의 99%를 차지하는 미국, 호주, 캐나다 역시 FTA 체결 국가다. 업계 관계자는 “비FTA 국가에서 돼지고기 6개월치 재고분을 이미 높은 관세로 들여왔기 때문에 당장 제품 가격을 내리긴 어렵다”며 “다른 식자재들도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으로 두 배 이상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 1~3%의 관세 면제로는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부가세 면제 조치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실효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다. 김치의 경우 비닐포장 제품이 70% 이상으로 이들 제품은 이미 면세 품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다. 이번에 면제 혜택을 받는 병, 캔, 파우치 등에 들어간 김치는 시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거 ‘유통업체 쥐어짜기’와 다르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정환/하수정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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