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동차 부품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내연기관 사업 유지조차 힘겨운 상황에서 미래 모빌리티 전환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9300여 개 부품사 중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의 2.3%(213개)에 불과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R&D 투자는 4094억원 증가한 반면 비(非)현대차그룹 계열 부품기업의 투자는 오히려 378억원 감소했다. 전년에 이은 2년 연속 감소다. 자동차연구원은 “산업 전환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며 “투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기존 자동차 대기업은 서로 연계·협력하고, 중소·중견기업은 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들은 손을 놓고 자포자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심포지엄에서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로 높아지면 10%의 부품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여 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자동차부품협회(JAPA)에 따르면 전기차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보다 37% 적다. 내연기관에 있는 엔진과 변속기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7% 수준인 소프트웨어 기반 부품 비중은 2030년 30%로, 30% 수준인 전장 부품 비중은 최대 7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전장 부품이 늘어나면 기존 부품업체의 일감을 정보기술(IT) 기업이 대체하게 된다. 실제 주요 빅테크 기업이 모빌리티산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은 “현재 국내 부품업계는 내연기관 인력이 대부분이며 이 때문에 산업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소프트웨어 등 전장화되는 자동차산업 인력 육성을 위한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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