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이 삼성SDI에 대한 ‘매도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SDI 주가가 이틀쨰 빠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갑자기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등락한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
31일 오전 9시8분 현재 삼성SDI는 전일 대비 1만원(1.72%) 내린 57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에도 1.53% 하락한 58만1000원에 거래를 마친 데 이은 이틀째 하락세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가 7.33% 급등한 영향으로 전일에 LG에너지솔루션(2.09%), 에코프로비엠(4.73%), 엘앤에프(2.5%) 등 2차전지 섹터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점과 대조적이다.
삼성SDI도 전일 개장 직후에는 1.19% 상승한 59만7000원까지 올라 장중 고점을 찍었다가 45분만에 저점까지 빠졌다가 소폭 회복했다. 주가가 45분만에 4.75% 요동친 것이다.
삼성SDI 주가 급등락의 배경은 씨티그룹의 매도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통해 씨티그룹은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기존 투자의견은 매수였지만, 중립을 건너뛰고 한꺼번에 두 단계를 내렸다. 목표주가도 기존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반토막냈다. 씨티그룹이 삼성SDI를 깎아내린 배경은 △주력인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 축소 △생산능력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등이다.
피터 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전기차 생산업체의 각형 전지 소비가 점차 줄어들면서 삼성SDI의 대형전지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라며 “각형 전지가 다른 전지에 비해 성능이 탁월하지만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의 발전으로 다른 전지의 단점이 크게 보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전지 업계는 삼성SDI의 증설이 소극적이었다는 것 외에는 씨티그룹의 지적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BMS는 전기차에 용량이 작은 배터리를 더 많이 넣었을 때 전력을 관리해주는 장치”라며 “과거 파우치형 배터리의 용량이 각형의 절반에 그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용량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한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배터리 업체와 합작한다”며 “결국 배터리 공장을 짓는 건 배터리회사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SDI도 미국의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현지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셀·모듈 합작공장을 지어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하기로 하는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지난 24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외국계 증권사가 한국의 대형주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뒤 주가가 크게 움직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만 해도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가장 큰 주목을 받던 종목 중 하나인 LG화학이 당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8월11일 반도체 산업에 대해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모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의 목표주가를 대폭 내렸다. 이 영향으로 한국 증시에서 순식간에 시가총액이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생각보다 잘 버텨주자 모건스탠리는 연말께 전망이 빗나갔다는 걸 인정했다.
이에 앞서서는 작년 5월25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CS)가 LG화학에 대한 매도 보고서 사건이 있다. 당시 하루만에 LG화학의 시가총액이 4조원 넘게 증발하기도 했다. CS는 LG화학에 대한 목표 주가수익비율(PER)로 중국의 경쟁사 CATL보다 30% 낮은 32배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 PER은 CATL을 압도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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