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들어줬는데"…푸틴 집권 일등 공신도 숙청당했다

입력 2022-05-31 10:59   수정 2022-06-30 00: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권의 일등 공신이 전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숙청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푸틴 정권을 지탱해 온 측근들이 잇따라 크렘린궁을 떠나기 시작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발렌틴 유마셰프 크렘린궁(대통령실) 고문이 최근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마셰프가 크렘린궁을 떠나며 러시아와 자유주의 진영을 잇는 최후의 접점이 사라졌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마셰프는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크렘린궁 고문은 명예직이지만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조언을 해준다. 유마셰프는 러시아 정치에 영향력을 지속해서 행사할 수 있었다.

그가 숙청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었다. 유마셰프의 부인이자 옐친 전 대통령의 딸인 타티아나 유마셰프의 주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타티아나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유마셰프와 타티아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 24일 자신들의 SNS에 “전쟁 반대”라는 문구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 사진을 게시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유마셰프는 푸틴을 대통령으로 옹립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1991년~1997년 유마셰프는 크렘린궁의 고문이자 옐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유마셰프는 옐친의 딸인 타티아나와 결혼하며 옐친의 복심이 됐다.

임명 당시 유마셰프는 “러시아 전 경제부총리에게 푸틴을 추천받았고, 업무 시작하자마자 그의 뛰어난 업무역량을 알아차렸다”며 “푸틴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자신의 입장을 분석하고 주장하는 데 뛰어났다”고 말했다.

1999년 후계자 선정에 고심하던 옐친 전 대통령에게 푸틴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도 유마셰프였다. 여러 후보자를 검토하던 옐친의 머릿 속에 푸틴은 후순위였다. 옐친 전 대통령이 유마셰프에게 “푸틴은 어떤가”라고 묻자, 유마셰프는 “최고의 후보”라 답했다. 푸틴이 시장 개혁을 꿈꾸는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민주주의자라는 이유에서였다. 유마셰프 덕에 푸틴은 2000년 대통령 선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통령 집권의 일등 공신을 내친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시장경제화 개혁을 이끈 아나톨리 추바이스 특사도 쫓아냈다. 추바이스는 푸틴 정부에서 서방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1990년대 러시아 경제 개혁가로 ‘러시아 사유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 고문이자 2018년까지 부총리를 지낸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도 4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스콜코보 기술기금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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